부조와 선지자 66장 – 사울의 죽음

66장 사울의 죽음

이스라엘과 블레셋 사람 사이에 다시 전쟁이 선포되었다. “블레셋 사람이 모여” 이스라엘 평야의 북쪽 변두리에 있는 “수넴에 이르러 진쳤”다. 한편 사울과 그의 군대는 몇 마일 떨어진 그 평야의 남쪽 변경에 있는 길보아산 기슭에 진을 쳤다. 기드온이 그의 군사 300명을 거느리고 미디안 대군을 패배시킨 곳이 이 평야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구원자 기드온을 고무시킨 정신은 지금 왕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정신과는 완전히 달랐다. 기드온은 강하신 야곱의 하나님께 대한 굳센 믿음을 가지고 나아갔으나 사울은 하나님께서 자기를 버리신 까닭에 자기 홀로 있고 아무런 방비가 없음을 스스로 느꼈다. 그는 멀리 블레셋 대군을 보고 “두려워서 그 마음이 크게 떨렸다.”

사울은 다윗과 그의 군대가 블레셋 사람과 함께 있음을 알고 이새의 아들이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기가 당한 학대에 대하여 보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왕은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충동적 감정이 그로 하여금 하나님이 택하신 자를 멸하도록 박차를 가하여 온 나라를 매우 큰 위험에 휩쓸리게 하였다. 왕은 다윗을 추격하기에 열중한 나머지 나라의 방비를 소홀히 하였다. 블레셋 사람들은 이 무방비 상태를 이용하여 이스라엘 나라의 중심부까지 침투해 들어왔다. 이와 같이 사단은 사울을 강권하여 다윗을 추격하는 데 모든 정력을 기울이게 해서 다윗을 멸하도록 하는 한편 그와 동일한 악의에 찬 정신은 블레셋 사람을 선동하여 사울을 멸하고 하나님의 백성을 넘어뜨릴 기회를 포착하게 하였다. 지금도 대원수 마귀는 얼마나 자주 동일한 정책을 쓰고 있는가! 그는 어떤 성화되지 않은 자의 마음을 움직여 교회 중에 시기와 다툼의 불을 붙여 놓은 후에 하나님의 백성의 분열된 상태를 이용하여 그의 대리자들로 하여금 그들을 멸망시키게 한다.

다음날 사울은 블레셋 사람과 전투를 벌여야 했다. 절박한 운명의 그늘이 그의 주위를 어둡게 하였고 그는 도움과 지도를 갈망하였다. 그리고 그는 하나님의 권고를 구하였으나 헛된 일이었다. “여호와께서 꿈으로도, 우림으로도, 선지자로도 그에게 대답지 아니하”셨다. 여호와께서는 성실과 겸손으로 당신에게 나오는 자는 한 영혼이라도 결코 버리시지 않으신다. 왜 여호와께서는 사울에게 외면하시고 대답지 아니하셨을까? 왕은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박탈당하고 말았다. 사울은 선지자 사무엘의 권고를 거절하고 하나님의 택하신 다윗을 추방하였다. 그는 또 여호와의 제사장들을 살해하였다. 그가 하늘이 제정한 교통의 통로를 차단하고도 하나님의 응답을 받으려고 기대할 수 있었을까? 그가 은혜의 성령을 멀리 떠나 범죄하고도 여호와께로부터 꿈이나 계시를 통하여 응답을 받을 수 있었는가? 사울은 겸손과 회개로 하나님께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갈망한 것은 죄에 대한 용서도 하나님과의 화해도 아니요, 오직 그의 원수에게로부터의 구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완고와 반역으로 스스로 하나님과 절교하였다. 회개와 참회의 길밖에는 되돌아갈 길이 없었으나 교만한 군주는 고통과 절망 중에 다른 근원에서 도움을 구하기로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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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사울은 종들에게 “나를 위하여 신접한 여인을 찾으라 내가 그리로 가서 그에게 물으리라”고 말했다. 사울은 강신술(降伸術)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다. 여호와께서 직접 강신술을 금하셨고 그 거룩치 않은 술수를 행하는 자들에게는 모두 사형을 선고하였다. 사울은 사무엘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모든 박수와 신접한 자를 죽이라고 명령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성급히 자포자기하여 그가 가증한 것으로 정죄하였던 그 접신자에게 의지하였다.

왕은 신접한 여인이 엔돌의 은폐소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여인은 사단과 맹약하여 자신을 사단의 지배에 맡겨 자기의 목적을 성취하는 대신에 사단은 그를 위하여 이적을 행하고 그에게 은밀한 일들을 나타내었다.

사울은 변장을 하고 두 시종만을 데리고 밤에 마녀의 은신처를 찾아갔다. 오, 비참한 정경이여! 이스라엘의 왕이 사단의 뜻대로 노예가 되다니! 하나님의 성령의 거룩한 감화를 거절하고 자기의 마음대로 하기로 고집한 자가 택한 길보다 더 어두운 인생의 길이 어디 있겠는가! 최대의 폭군인 사단의 지배에 자신을 맡긴 자보다 더 무서운 속박을 당하는 자가 있는가!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만이 사울이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었다. 만일 그의 치세를 통하여 이 조건에 응하였더라면 그의 나라는 안전했을 것이요 하나님께서 그의 인도자가 되시고 전능하신 자가 그의 방패가 되셨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사울을 오래 참으셨다. 비록 그의 반역과 완고는 그의 마음속에 거의 하나님의 음성을 침묵시켰으나 아직도 회개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위기를 당할 때에 하나님께로부터 돌아서 사단의 공모자로부터 빛을 얻고자 함으로 사울은 조물주와 그를 묶은 마지막 줄을 끊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그를 괴롭히고 마침내 그를 멸망의 지경으로 몰아갈 악마의 세력에 완전히 지배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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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덮이자 사울과 그 시종들은 평야를 건너 블레셋 군대를 무사히 지나 산등을 넘어 엔돌의 마녀가 사는 쓸쓸한 집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서 신접한 여인은 하나님께 모독적인 이교의 주문(呪文)을 계속해서 은밀히 외우려고 숨어 있었다. 비록 변장하기는 하였으나 사울의 큰 키와 군주다운 풍채는 그가 보통 병사가 아님을 나타내었다. 그 여인은 찾아온 자가 사울이 아닌가 의심하였고 그의 값진 선물은 그녀의 의심을 굳게 하였다. “청하오니 나를 위하여 신접한 술법으로 내가 네게 말하는 사람을 불러올리라”는 사울의 요구에 그 여인은 “네가 사울의 행한 일 곧 그가 신접한 자와 박수를 이 땅에서 멸절시켰음을 아나니 네가 어찌하여 내 생명에 올무를 놓아 나를 죽게 하려느냐”고 대답하였다. 그 때에 “사울이 여호와로 그에게 맹세하여 가로되 여호와께서 사시거니와 네가 이 일로는 벌을 당치 아니하리라.” 그 여인이 “내가 누구를 네게로 불러올리랴”고 말할 때에 사울은 “사무엘”이라고 대답하였다.

주문을 외운 후 그는 말하기를 “내가 신이 땅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나이다…한 노인이 올라오는데 그가 겉옷을 입었나이다 사울이 그가 사무엘인줄 알고 그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니라.”

신접한 여인의 주문을 듣고 올라온 자는 하나님의 거룩한 선지자가 아니었다. 사무엘은 그 악한 신들이 거하는 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초자연적 현상은 오로지 사단의 능력으로 나타났다. 사단은 그가 광야에서 그리스도를 유혹할 때에 빛의 천사의 모습으로 가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쉽사리 사무엘의 모습으로 가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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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인이 주문의 마력 아래서 제일 먼저 왕에게 한 말은 “당신이 어찌하여 나를 속이셨나이까 당신이 사울이시니이다”였다. 이와 같이 선지자로 가장한 악신이 행한 최초의 일은 이 악녀와 은밀히 교통하여 그가 당한 기만을 그에게 알린 것이었다. 거짓 선지자가 사울에게 “네가 어찌하여 나를 불러 올려서 나로 분요케 하느냐”는 기별을 전하였고 “사울이 대답하되 나는 심히 군급하니이다 블레셋 사람이 나를 향하여 군대를 일으켰고 하나님은 나를 떠나서 다시는 선지자로도, 꿈으로도 내게 대답지 아니하시기로 나의 행할 일을 배우려고 당신을 불러 올렸나이다”고 하였다.

사무엘이 살아 있을 때에는 사울이 그의 권고를 멸시하고 그의 책망에 분개하였었다. 그러나 이제 고통과 재난의 때에 그는 선지자의 지도가 유일한 희망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하늘의 대사와 교통하기 위하여 지옥의 사자를 헛되이 의지하였다! 사울은 자신을 완전히 사단의 세력 하에 두었고 불행과 멸망을 초래하는 것을 유일의 즐거움으로 삼는 사단은 이제 이 불행한 왕을 멸하려고 그의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였다. 사울의 고통스런 간청의 응답으로 소위 사무엘의 입술에서 다음과 같은 무서운 기별이 전달되었다.

“여호와께서 너를 떠나 네 대적이 되셨거늘 네가 어찌하여 내게 묻느냐 여호와께서 나로 말씀하신 대로 네게 행하사 나라를 네 손에서 떼어 네 이웃 다윗에게 주셨느니라 네가 여호와의 목소리를 순종치 아니하고 그의 진노를 아말렉에게 쏟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오늘날 이 일을 네게 행하셨고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너와 함께 블레셋 사람의 손에 붙이시리니 내일 너와 네 아들들이 나와 함께 있으리라 여호와께서 또 이스라엘 군대를 블레셋 사람의 손에 붙이시리라.”

그의 모든 반역의 길을 통하여 사울은 사단의 아첨과 기만을 당하였다. 죄를 얕잡아 보게 하고 범죄의 길로 쉽게 마음이 끌리게 만들고 여호와의 경고와 훈계에 대하여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이 유혹자가 하는 일이다. 사단은 그의 매혹하는 능력으로 사울로 하여금 사무엘의 책망과 경고를 무시하고도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제 사단은 궁지에 빠진 사울을 향하여 그의 죄의 흉악함과 용서받을 가망이 없음을 나타내어 그로 자포자기에 빠지게 하였다. 그의 용기를 꺾고 그의 판단을 혼란시키고 그로 절망과 자멸에 빠지게 하기 위하여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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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은 피로와 단식으로 쇠약하였고 공포와 양심의 가책에 휩싸였다. 이 무서운 예보가 그의 귀를 울렸을 때에 그의 몸은 태풍에 흔들리는 참나무처럼 흔들렸으며, 그는 땅에 엎어졌다.

무녀는 크게 놀랐다. 이스라엘의 왕이 죽은 사람처럼 여인의 앞에 쓰러졌다. 그가 그녀의 은신처에서 죽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 자신에겐 어떤 결과가 돌아올 것인가? 무녀는 일어나 왕에게 음식을 먹도록 탄원하고 그녀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왕의 소원을 들어준 이상 그도 그녀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고 간청하였다. 그의 종들도 함께 간청하여 사울은 마침내 허락하고 그 여인은 급히 준비한 살진 송아지와 무교병을 그의 앞에 차렸다. 조금 전만 해도 운명의 말이 메아리치던 무녀의 거친 동굴 속, 사단의 사자 앞에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은 자가 그날의 치명적 싸움의 준비로서 그 곳에 앉아 음식을 먹다니 이 얼마나 이상한 광경인가!

날이 새기 전에 사울은 그의 시종들과 함께 이스라엘의 진영으로 돌아와 전쟁 준비를 갖추었다. 흑암의 신의 조언으로 사울은 자신을 멸망시켰다. 절망적인 공포에 억눌려 있었으므로 그의 군대에게 용기를 고취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능력의 근원에서 떨어진 그는 저희 조력자로서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이스라엘의 마음을 인도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악마의 예언은 성취될 것이었다.

수넴 평야와 길보아산 비탈에서 이스라엘 군사와 블레셋 대군이 죽음의 전투에 접근하였다. 엔돌의 동굴에서 본 무서운 광경이 그의 마음에서 희망을 모두 몰아내었으나 사울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맹스럽게 그의 보좌와 그의 나라를 위하여 싸웠다. 그러나 헛된 일이었다. “블레셋 사람이 이스라엘을 치매 이스라엘 사람들이 블레셋 사람 앞에서 도망하여 길보아산에서 엎드러져 죽으니라.” 왕의 용감한 세 아들이 그의 곁에서 죽었다. 활 쏘는 자들이 사울을 맹렬히 공격하였다. 사울은 주위에 그의 군사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고 그의 왕자들도 칼에 살해되었다. 자기 자신도 부상을 입어 싸울 수도 도망할 수도 없었다. 도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블레셋 사람에게 생포되지 않기를 결심하고 사울은 병기 든 자에게 “네 칼을 빼어 나를 찌르라”고 명하였다. 그 사람이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 치기를 거절할 때에 사울은 그의 칼 위에 엎드러져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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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이스라엘의 처음 왕은 죽었고 자기 영혼에게 자살의 죄를 범하였다. 그의 생애는 실패의 생애였고 그는 절망 가운데서 불명예스럽게 죽었으니 이는 그가 자신의 괴팍한 뜻을 세워서 하나님의 뜻을 대적한 까닭이었다.

패배의 소식은 사방에 퍼져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에 공포심을 일으켰다. 백성들이 성읍에서 도망하였으므로 블레셋 사람들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성읍을 탈취하였다. 하나님을 떠난 사울의 치세로 그의 백성은 거의 파멸되었다.

싸움이 있은 그 다음날 블레셋 사람들은 죽은 자에게서 약탈하려고 전쟁 마당을 찾아 헤매다가 사울과 그의 세 아들의 시체를 발견하였다. 그들은 저희 승리를 완성하기 위하여 사울의 목을 자르고 그의 갑옷을 벗겨 피를 뿜는 그 머리와 갑옷을 승리의 기념물로서 “자기들의 신당과 백성에게 알리기 위하여” 블레셋 사람의 땅으로 보냈다. 갑옷은 최후로 아스다롯의 집에 두고 머리는 다곤의 신전에 박아두었다. 그리하여 승리의 영광은 이 거짓 신들의 능력에 돌리고 여호와의 이름은 모욕을 당하였다.

사울과 그 아들들의 시체는 길보아에서 멀지 아니하고 요단강에서 가까운 성읍 벧산으로 끌려갔다. 그 곳에서 이 시체들을 사슬에 매달아 두어 맹금(猛禽)들이 뜯어 먹게 하였다. 그러나 용감한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사울이 그의 치세 초기 곧 강성하던 시절에 저희 성읍을 구원한 일을 기억하고 이제 왕과 왕자들의 시체를 구출하여 명예로운 장사를 지내 줌으로 그들의 감사를 표시하였다. 그들은 밤에 요단강을 건너 “사울과 그 아들들의 시체를 벧산 성벽에서 취하여 가지고 야베스에 돌아와서 거기서 불사르고 그 뼈를 가져다가 야베스 에셀나무 아래 장사하고 7일을 금식하였”다. 그리하여 40년 전에 행한 고상한 행위는 사울과 그의 아들들로 하여금 패배와 치욕의 어두운 때에 친절과 동정의 손으로 장사지냄을 받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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