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장 다윗과 골리앗
하나님께로부터 버림 받은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리고 선지자가 그에게 전한 탄핵의 말에 위압을 느꼈을 때 사울왕의 마음은 큰 반역과 절망으로 가득 찼다. 교만한 왕이 머리를 수그리게 만든 것은 참된 회개가 아니었다. 사울은 그가 지은 죄가 얼마나 악한지에 대해 분명한 인식이 없었다. 그는 자기의 생애를 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스라엘의 왕위를 그에게서 빼앗고 그 후손에게 계승하지 못하게 한 것은 하나님의 불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항상 그의 집에 닥쳐올 멸망을 미리 염려하고 있었다. 그는 그가 원수와 교전할 때에 나타낸 용맹이 그의 불순종의 죄를 상쇄할 것이라고 느꼈다. 그는 겸손하게 하나님의 징계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그의 거만한 정신은 절망의 상태에 이르러 마침내 이성을 잃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모사(謀士)들은 사울에게 간하여 솜씨 있는 음악가의 도움을 구하게 하였으니, 이는 아름다운 악기의 달래는 곡조가 그의 혼란한 정신을 진정시키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의 섭리로써 수금을 잘 타는 다윗이 왕의 앞에 불려갔다. 다윗의 고상하고 하늘의 영감을 받은 노래는 바라던 효과를 나타내어 짙은 구름처럼 사울의 마음을 덮었던 우울증은 사라져 버렸다.
사울의 궁정에서 할 일이 없을 때에는, 다윗은 들에 있는 그의 양떼에게로 돌아가서 마음과 태도의 단순함을 유지하기를 계속하였다. 다윗은 필요한 때에는 언제든지 부름을 받고 왕 앞에 나아와 봉사했으며 악신이 왕을 떠날 때까지 혼란한 군주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사울이 다윗을 좋아하고 그의 음악에 대해 큰 기쁨을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목자는 왕의 집에서 나와 그의 양을 먹이는 들과 산으로 가는 것을 더 편안하고 즐거운 일로 여겼다.
다윗은 하나님과 인간의 총애를 받으면서 장성하고 있었다. 그는 여호와의 방법대로 교육을 받았고 이제 그의 마음은 전보다 더 하나님의 뜻을 충분히 행하기에 전념하였다. 그는 숙고할 새로운 주제들을 갖고 있었다. 그는 왕의 궁정에 있으면서 제왕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사울의 영혼을 괴롭히는 유혹들을 발견하였고, 이스라엘의 처음 왕의 품성과 행동 속에 숨겨진 것들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는 어두운 슬픔의 구름에 그늘진 왕의 영광을 보았고, 사울의 가족이 저희 사생활에 있어서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을 알았다. 이 모든 일들이 이스라엘 백성을 다스릴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은 그의 생각을 혼란시킨 것들이었다. 그러나 다윗은 깊은 명상에 잠기거나 근심 걱정이 엄습해 올 때에는, 수금을 뜯으며 노래를 불러서 그의 마음을 모든 행복의 근원이신 하나님께로 향하게 하였다. 그렇게 하면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검은 구름들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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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신뢰의 공과를 가르치고 계셨다. 모세를 당신의 사업을 위해 훈련시키신 것처럼 여호와께서는 이새의 아들을 당신의 선민의 지도자가 되도록 양성하시고 계셨다. 다윗은 그의 양떼를 지켜 보호하면서 크신 목자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양들을 어떻게 돌보시는가를 배우고 있었다.
다윗이 양떼와 함께 돌아다니던 외로운 산과 거친 계곡들은 맹수들이 잠복하고 있는 곳이었다. 가끔 요단 강변 숲과 산중 굴에서 굶주린 사자나 곰이 나타나 사납게 양떼를 공격하였다. 다윗은 그 당시의 습관을 따라 물매와 목자의 지팡이만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나 자기 양떼를 보호하는 일에 그의 힘과 용기가 일찍부터 나타났었다. 후에 이 회전(回戰)을 묘사하면서 다윗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자나 곰이 와서 양떼에서 새끼를 움키면 내가 따라가서 그것을 치고 그 입에서 새끼를 건져내었고 그것이 일어나 나를 해하고자 하면 내가 그 수염을 잡고 그것을 쳐 죽였나이다”(삼상 17:34, 35). 이런 일들에 대한 다윗의 경험은 그의 마음의 어떠함을 증거하였고 그에게 용기와 인내와 신앙을 계발시켜 주었다.
다윗이 사울의 궁정으로 소환되기 전에도 용감한 행위로 그의 이름을 떨친 일이 있다. 다윗을 데려온 관원이 왕의 주목을 끌기 위하여 다윗은 “호기와 무용과 구변이 있는 준수한 자라”고 말했으며 또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시더이다”(삼상 16:18)라고 하였다.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에게 전쟁을 선포했을 때에 이새의 세 아들은 사울의 지휘 아래 있는 군대에 가담했으나 다윗은 집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에 다윗은 사울의 진영을 방문하러 가게 되었다. 아버지의 명을 따라 그는 형님들에게 기별과 선물을 가지고 가서 그들이 여전히 안전하고 건강한지 알아보고 와야 하였다. 그러나 이 젊은 목자는 이새에게 알려지지 않은 보다 더 큰 사명을 위임받았다. 이스라엘 군대가 위험 중에 있었고 다윗은 천사에게서 그의 백성을 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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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이 군대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마치 전투가 시작되려고 하는 때처럼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군대가 전장에 나와서 싸우려고 고함하”였다. 이스라엘 군대와 블레셋인의 군대가 전투태세를 갖추어 서로 접근하고 있었다. 다윗은 부대로 달려가 그의 형들에게 문안하였다. 다윗이 형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 블레셋 사람의 대장 골리앗이 나아와, 모독적인 언사로 이스라엘을 무시하면서 이스라엘 군사들 중에서 자기와 단둘이 격투할 자를 준비하라고 도전하였다. 골리앗의 도전은 계속되었고 온 이스라엘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날마다 블레셋 사람의 호통을 듣고도 그 거만한 자를 침묵시킬 전사를 내세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다윗의 마음은 몹시 흥분하였다. 그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광과 당신의 백성의 면목을 유지시키려는 결심으로 불타올랐다.
이스라엘의 군대는 기가 꺾여 있었다. 그들은 용기를 잃고 서로 “너희가 이 올라 온 사람을 보았느냐 참으로 이스라엘을 모욕하러 왔도다”고 말할 뿐이었다. 다윗은 치욕과 분개함을 금치 못하고 “이 할례 없는 블레셋 사람이 누구관대 사시는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하겠느냐”고 외쳤다.
이 말을 들은 다윗의 맏형 엘리압은 어린 다윗의 마음을 흥분시키고 있는 감정을 잘 알고 있었다. 다윗은 한 목자에 불과하였으나 매우 보기 드문 대담한 성격과 용기와 힘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사무엘이 저희 아버지의 집을 은밀하게 방문했다가 말없이 가버린 데 대해 그의 방문의 참된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다윗이 그들보다 더 영광을 받는 것을 볼 때에 질투심이 일어났고, 다윗의 성실과 형제로서 보여 주는 이 친절에 합당한 존중과 사랑을 가지고 그를 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윗을 단지 풋내기 목자로밖에 보지 않았으며, 다윗이 말한 질문을 듣고 엘리압은 블레셋 사람의 거인을 침묵시키려고 시도하지 못하는 자신의 비겁함에 대한 비난처럼 생각하였다. 엘리압은 분노하여 “네가 어찌하여 이리로 내려왔느냐 들에 있는 몇 양을 뉘게 맡겼느냐 나는 네 교만과 네 완악함을 아노니 네가 전쟁을 구경하러 왔도다”고 부르짖었다. 다윗은 공손하나 단호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내가 무엇을 하였나이까 어찌 이유가 없으리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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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말이 왕에게 전달되었고 왕은 소년을 그의 앞으로 불러왔다. 사울은 “그를 인하여 사람이 낙담하지 말 것이라 주의 종이 가서 저 블레셋 사람과 싸우리이다”고 말하는 목자의 말을 듣고 놀랐다. 사울은 다윗의 뜻을 돌이키고자 노력하였으나 이 소년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윗은 단순하고 겸손한 방법으로 대답하면서 그의 아버지의 양떼를 지키는 동안에 겪은 그의 경험을 말했다. 그리고 그는 “여호와께서 나를 사자의 발톱과 곰의 발톱에서 건져내셨은즉 나를 이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라고 말하였다.
이스라엘 군대는 40일 동안 블레셋 거인의 거만한 도전 앞에 떨었다. 그들은 키가 여섯 규빗이나 되는 골리앗의 거대한 체구와 창을 볼 때에 저절로 낙담하게 되었다. 그는 머리에 놋투구를 썼고 중수가 5천 세겔 되는 어린갑(魚鱗甲)을 입고 있었으며 그 다리는 놋경갑을 쳤었다. 그 갑옷은 고기비늘처럼 차례차례 깐 놋 조각으로 만들어졌고, 그것들은 매우 단단하게 포개졌기 때문에 창이나 화살이 갑옷을 뚫고 들어갈 수 없었다. 거인은 그의 등에 역시 놋으로 만든 창을 메고 있었다. “그 창자루는 베틀채 같고 창날은 철 육백 세겔이며 방패든 자는 앞서 행하더라.”
골리앗은 조석으로 이스라엘 진으로 가까이 나아와 큰 소리로 말하기를 “너희가 어찌하여 나와서 항오를 벌였느냐 나는 블레셋 사람이 아니며 너희는 사울의 신복이 아니냐 너희는 한 사람을 택하여 내게로 내려 보내라 그가 능히 싸워서 나를 죽이면 우리가 너희의 종이 되겠고 만일 내가 이기어 그를 죽이면 너희가 우리의 종이 되어 우리를 섬길 것이니라” 그 블레셋 사람이 또 가로되 “내가 오늘날 이스라엘 군대를 모욕하였으니 사람을 보내어 나로 더불어 싸우게 하라”고 하였다.
사울왕은 다윗에게 골리앗의 도전을 받아들이도록 허락해 주기는 하였으나 다윗이 그의 용감한 일에 성공하리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다. 왕의 갑옷을 소년에게 입히라는 명령이 내렸다. 무거운 놋 투구를 그의 머리 위에 씌우고 그 몸에는 어린 갑옷을 입히고 그 옆구리에는 왕의 검을 채웠다. 이와 같이 차려 입은 다윗은 그의 사명을 띠고 출발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근심스럽게 바라보던 자들은 얼른 생각하기를 다윗이 상대할 수 없는 원수를 만나 그의 생명이 위험하므로 돌아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용감한 소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었다. 다윗은 사울에게 돌아가서 무거운 갑옷을 벗어 두고 가도록 허락해 달라고 간청하면서 “익숙지 못하니 이것을 입고 가지 못하겠나이다”고 말했다. 그는 왕의 갑옷을 벗고 그대신 그의 손에 막대기와 목자의 주머니와 단순한 물매를 취했다. 그는 가다가 시내에서 매끄러운 돌 다섯을 골라 주머니에 넣고 손에 물매를 가지고 그 블레셋 사람에게로 가까이 나아갔다. 거인은 이스라엘 전사 중 가장 힘센 자와 대결하리라고 예상하면서 담대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방패 든 자가 그의 앞에 행하였다. 그를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골리앗이 다윗에게 가까이 나아왔을 때에 그는 어리기 때문에 소년이라 불러야 할 한 풋내기밖에 보지 못했다. 다윗의 얼굴은 건강으로 불그스레했고 갑옷을 입지 않은 그의 튼튼한 체격은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이 젊은이의 체격과 블레셋 사람의 거대한 체구는 현저한 대조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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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은 놀람과 분노로 충만하였다. 그는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를 가지고 내게 나아왔느냐”고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아는 모든 신들의 이름으로 다윗에게 가장 무서운 저주를 퍼부었다. 그는 조소하며 “내게로 오라 내가 네 고기를 공중의 새들과 들짐승들에게 주리라”고 부르짖었다.
다윗은 블레셋 사람의 전사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걸어 나가며 그의 원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가노라 오늘 여호와께서 너를 내 손에 붙이시리니 내가 너를 쳐서 네 머리를 베고 블레셋 군대의 시체로 오늘날 공중의 새와 땅의 짐승에게 주어 온 땅으로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계신 줄 알게 하겠고 또 여호와의 구원하심이 칼과 창에 있지 아니함을 이 무리로 알게 하리라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붙이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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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음성에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이 있었다. 맑고 음악 소리 같은 이 말은 사방에 울려 펴져서 전쟁을 위하여 정렬하고 있는 무수한 무리들의 귀에 명확하게 들렸다. 골리앗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골리앗은 화가 왈칵 나서 그의 이마를 보호하고 있던 투구를 뒤로 밀어 제치고 그의 적수에게 보복하려고 앞으로 달려 나왔다. 이새의 아들은 원수를 대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블레셋 사람이 일어나 다윗에게로 마주 가까이 올 때에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로 마주 그 항오를 향하여 빨리 달리며 손을 주머니에 넣어 돌을 취하여 물매로 던져 블레셋 사람의 이마를 치매 돌이 그 이마에 박히니 땅에 엎드러지니라.”
두 군대의 대열은 놀라움에 휩쓸렸다. 그들은 다윗이 죽임을 당하리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나 돌이 공간을 윙하고 목표를 향하여 곧게 날아갈 때에, 강대한 전사가 마치 돌연히 소경이 된 것처럼 전전 긍긍하면서 양손을 앞으로 내미는 것을 보았다. 거인은 비틀거리다가 잘린 참나무처럼 땅에 엎드러졌다. 다윗은 일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엎드러진 블레셋 사람에게로 달려가 양손으로 골리앗의 무거운 칼을 잡았다. 몇 분 전만 해도 그 거인은 이 칼로 소년의 머리를 자르고 그 시체를 공중의 새들에게 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이제 그 칼은 번쩍 들렸고 교만하던 자의 머리는 몸뚱이에서 굴러 떨어졌으며 이스라엘의 진에서는 환성을 올렸다.
블레셋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혔고 계속하여 일어난 혼란은 갑자기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히브리인들이 도망하는 원수들의 뒤를 추격할 때에 개가를 부르는 히브리인들의 함성은 산봉우리들을 따라 메아리쳤다. 그리고 그들은 “블레셋 사람을 쫓아 가드와 에그론 성문까지 이르렀고 블레셋 사람의 상한 자들은 사아라임 가는 길에서부터 가드와 에그론까지 엎드러졌더라 이스라엘 자손이 블레셋 사람을 쫓다가 돌아와서 그들의 진을 노략하였고 다윗은 블레셋 사람의 머리를 예루살렘으로 가져가고 갑주는 자기 장막에 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