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대의 대쟁투 – 025일

법왕측의 위협 

로마교도들은 패배하여 형세가 가장 불리한 처지에 놓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들은 성경에 의하지 않고 로마의 상투 수단인 위협으로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다. 의회의 대변인은 “만일 네가 취소하지 않는다면 황제와 모든 연방은 이처럼 완고한 이단자를 어떻게 처치할 것인지 의논할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루터의 훌륭한 변호를 큰 기쁨으로 듣고 있던 루터의 친구들은 그 선언을 듣고 두려워 떨게 되었다. 그러나 루터는 아주 침착하게 “하나님은 나를 도와주실 것이다. 나는 결코 취소할 수 없다” (D’Aubigne, b.7, ch.8) 고 말하였다.  

그는 의원들이 협의하는 동안, 퇴장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어떤 큰 위기가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되었다. 루터가 최후까지 굴복하지 않고 굳게 선 것은 여러 시대를 통하여 교회의 역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그에게 취소할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결정되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의회에 출두하게 되었다. 그의 주장을 부인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에 대하여 다시 질문이 주어졌다. 그는 “본인은 이미 대답하였으므로 그 이상 다른 대답을 할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아무리 권유하고 위협할지라도 로마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법왕측의 지도자들은 국왕과 귀족들까지도 두려워 떨게 했던 그들의 권력이 일개 비천한 승려에게 이처럼 무시당한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그들은 고문으로 그의 생명을 빼앗음으로 그에게 대한 그들의 분노를 알려주고자 갈망하였다. 루터는 이러한 위험을 깨닫고 위엄 있고 침착한 그리스도인의 태도로 모든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의 말에는 교만과 격렬한 감정과 허위가 조금도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이나 자기 주위에 높은 인물들이 있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다만 그가 법왕이나 주교나 왕이나 황제보다도 더욱 초월하신 분 앞에 있는 사실을 깨달았다. 루터의 증거를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엄숙하고 힘 있게 말씀하셨으므로 친구들과 원수들이 다 같이 경탄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하나님의 성령께서 그 의회에 나타나서 나라의 중신 (重臣) 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셨다. 여러 명의 영주들이 루터의 주장을 공정하다고 기탄없이 말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진리를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오래지 아니하여 그 확신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자기가 받은 감명을 당장에 표시하지는 않았으나 스스로 성경을 연구한 후에, 장차 개혁 운동의 유력한 후원자들이 된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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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에서 대립된 두 파 

선후 프리드리히는 루터가 회의장에 나타나는 것을 초조히 기다렸다. 그리고 그는 그의 진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는 기쁨과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루터의 용기와 침착성과 확고부동한 태도를 바라보고, 그를 옹호할 결심을 더욱 굳게 하였다. 그는 논쟁할 때 두 편을 대조하여 보고, 법왕과 왕들과 주교들의 지혜도 진리의 능력 앞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때에 법왕교는 그 후 각 시대를 통하여 여러 나라에 영향을 끼칠 만큼 분명한 패배를 당하였다.  

법왕의 사절은 루터의 진술로 말미암아 나타난 영향을 깨닫고, 전에 없이 두려워하였고, 로마의 세력을 보존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그 개혁자를 멸망시키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자기의 독특한 웅변과 뛰어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여, 한 미천한 승려 때문에 세력 있는 법왕청의 우의와 지지를 희생하는 일은 우매하고도 위험한 일이라고 젊은 황제에게 역설하였다.  

그의 말은 효과를 거두었다. 루터의 답변이 있은 다음날, 카알은 선조 (先祖) 들의 정책에 따라 가톨릭을 지지하고 옹호할 결심을 알리는 자신의 교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루터가 자기의 오류에 대한 취소를 거절하였으므로, 그와 그가 가르친 이단설에 대하여 가장 강력한 조치가 취하여질 것이었다. “자기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그릇 인도된 일개 승려가 그리스도교국의 신앙을 대항하여 일어섰다. 그런 불경건한 행위를 억제하기 위하여 나는 나의 영토와 나의 재정과 나의 친구와 나의 육체와 나의 피와 나의 영혼과 나의 생명을 희생할 것이다. 나는 먼저 아우구스티누스 교단의 루터를 추방하여 나라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지 않도록 포고한 후, 그와 그의 지지자들을 완고한 이단으로 규정하여 파문함으로 그들의 사업을 중단시킬 뿐 아니라 온갖 방법을 다하여 그들을 없애버리고자 한다. 나는 모든 의원들이 충실한 그리스도인으로 행동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D’Aubigne, b.7, ch.9). 그렇지마는 황제는 루터의 통행권은 반드시 존중히 여겨져야 할 것이며, 그에 대한 처분이 시행되기 전에 그가 안전하게 자기의 집으로 돌아가도록 허락되어야 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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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의원들 가운데서는 전연 반대되는 두 가지 주장이 대두되었다. 사절과 법왕측의 대표자들은 루터의 통행권이 무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마치 백 년 전의 “얀 후스처럼 그의 몸을 태운 재를 라인강에 뿌려야 한다” (D’Aubigne, b.7, ch.9) 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런데 독일의 제후 (諸侯) 들은 비록 법왕당이요 루터를 대적하는 사람들이었지마는, 이와 같은 조치가 나라의 명예를 수치스럽게 하는 일이라 하여 그처럼 공중의 신의를 무시하는 일을 반대하였다. 그들은 후스가 죽은 후에 계속하여 일어난 재난들을 지적하고, 이와 같은 두려운 재난이 독일 나라와 그들의 연소한 황제에게 반복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카알 자신도 그 졸렬 (拙劣) 한 제의에 대하여 이렇게 대답하였다. “비록 온 세계에서 신의와 명예가 그 그림자조차 없어졌다 할지라도, 이 두 가지는 왕후 (王侯) 와 영주들의 심중에서 피난처를 찾아야 할 것이다” (D’Aubigne, b.7, ch.9). 루터의 강경한 원수들인 법왕 측에서는 시기스문트가 후스에게 행한 것처럼 루터를 처치하도록 교회의 처사에 일임해주기를 황제에게 여전히 강청하였다. 그러나 카알 5세는 후스가 공중 앞에서 자기를 결박한 사슬을 가리키면서 황제에게 신임할 수 없는 그의 처사를 생각나게 했던 광경을 상상하고, “나는 시기스문트처럼 얼굴이 붉어지기를 원치 않는다” (Lenfant, vol.1, p.422) 고 언명하였다.  

그러나 카알은 루터가 제시해 준 진리를 고의적으로 거절하였다. 그리고 그는 “나는 선조들의 모본을 따르기로 굳게 결심하노라” (D’Aubigne, b.7, ch.9) 고 기록하였다. 그는 종래에 행하여 오던 관습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기를 원치 않을 뿐 아니라, 진리와 정의의 길을 따르는 데 있어서까지도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그의 선조들이 그렇게 하였기 때문에, 비록 법왕교가 잔인하고 부패하였더라도 그것을 응원할 결심을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그의 선조들이 받아들인 것보다 한 걸음 더 앞서서 빛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그들이 행하지 않은 어떤 의무를 행하지도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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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부인한 카알 5세 

오늘날도 그와 같이 선조들의 관습과 전통을 굳게 지키는 자들이 많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더욱 광명한 빛을 비춰주실 때에 그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그들은 그들의 선조들이 그 빛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그렇게 한다. 우리는 그러한 선조들의 처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의무와 책임은 그들의 것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 진리의 말씀을 우리 스스로 탐구해 보지 않고 오로지 그 선조들의 모본에 의하여 자기의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려는 자들은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입을 수가 없다. 우리들의 의무와 책임은 선조들의 것보다 한층 더 중하다. 우리는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빛에 대하여도 책임이 있지만 더욱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 우리에게 비취고 있는 더욱 밝은 빛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믿지 않는 유대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내가 와서 저희에게 말하지 아니하였더면 죄가 없었으려니와 지금은 그 죄를 핑계할 수 없느니라” (요 15:22) 고 말씀하셨다. 그 같은 거룩한 능력은 루터를 통하여 독일의 황제와 제후들에게도 전하여졌다. 하나님의 말씀이 빛을 비추게 되자 성령께서는 거기에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탄원하셨다. 마치 빌라도가 천여 년 전에 자기의 자존심을 유지하고 인망을 얻기 위하여 마음의 문을 닫고 구주의 말씀을 저버린 것처럼, 벨릭스가 두려워 떨면서 “시방은 가라 내가 틈이 있으면 너를 부르리라” (행 24:25) 고 진리의 사자에게 말한 것처럼, 교만한 아그립바가 “나를 권하여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려 하는도다” (행 26:28) 고 고백하면서 하늘이 보낸 기별을 배척한 것처럼, 카알 5세도 세속적 자존심과 정책상 필요에 따라 진리의 빛을 거부하기로 작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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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에 대한 사람들의 후원 

루터를 해치기 위한 계획이 세워져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되자 온 시중에는 큰 흥분이 일어났다. 개혁자에게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로마교가 그의 부패한 형편을 폭로시키는 일에 용감한 모든 사람들에게 행한 잔인무도한 일들을 알고 있으므로 그를 희생시킬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작정하였다. 수백 명의 귀족들이 그를 보호하겠다고 맹세하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로마의 권력에 굴복할 의사를 표시한 황제의 포고를 공공연하게 비난하였다. 사가 (私家) 의 대문들과 공적인 장소들에는 루터를 정죄하거나 그를 옹호하는 광고들이 붙게 되었다. 그중에는 솔로몬의 의미심장한 말, “왕은 어리고 대신들은 아침에 연락하는 이 나라여 화가 있도다” (전 10:16) 는 문구가 쓰여 있기도 하였다. 독일 전국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보급되어 있는 루터에 대한 호감은, 만일 그에게 어떤 불공평한 처사가 이루어진다면 독일 제국의 평화는 물론이요, 그 보좌의 안전까지도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황제와 의회는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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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센의 프리드리히 선후는 냉정한 태도로 개혁자에게 대한 자기의 진정한 감정을 조심성 있게 감추고 있었으나, 그는 동시에 끈기 있는 경계로 그를 지키고 그의 모든 행동과 그의 원수들의 모든 일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루터에 대한 그의 동정심을 감추려고 하지 아니하였다. 루터는 제후들과, 백작 (伯爵), 남작 (男爵) 들과, 성직자와 평신자들 중의 많은 존귀한 사람들의 방문을 받았다. 스팔라틴 (Spalatin) 은 “박사의 작은 방은 찾아오는 손님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다” (Martyn, vol.1, p.404) 고 기록하였다.  

사람들은 그를 마치 인간을 초월한 존재인 것처럼 바라보았다. 비록 그의 교리를 믿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자기의 양심을 거스르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달게 받고자 하는 그 고결한 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루터로 하여금 로마와 타협하는 일에 동의하게 하려는 매우 열렬한 운동이 일어났다. 귀족들과 선후들은 그가 이 이상 더 자기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고 교리와 의회를 대항한다면 결국은 이 나라에서 추방될 것이며,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와 같은 호소에 대하여 루터는 대답하였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공격을 받지 않고 전파될 수 없다. …그럴진대 어떻게 그와 같은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 때문에 내가 어찌 주님께로부터, 또한 유일의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떠날 수 있겠는가? 아니다. 나는 차라리 내 육체, 내 피, 내 생명을 버릴 것이다” (D’Aubigne, b.7, ch.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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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황제의 의견에 복종하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렇게 하면 그는 염려할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었다. 그러자 그는 대답하였다. “황제와 제후들과, 아니 가장 연약한 그리스도인일지라도, 그들이 나의 저서들을 시험하고 검토해 보는 데 대하여 나는 충심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 필요한 한 가지 조건은 하나님의 말씀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일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하여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순종하는 일이다. 성경 말씀으로 매여지고 얽혀져 있는 나의 양심을 깨뜨리고자 하지 말라” (D’Aubigne, b.7, ch.10).  

또 다른 권고를 받고 그는 말하였다. “나는 나의 통행권을 포기하는 데 동의한다. 나는 나의 몸과 나의 생명을 황제의 손에 맡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그에게 맡길 수 없다. 결단코 맡길 수 없다” (D’Aubigne, b.7, ch.10). 그는 의회의 결정에 쾌히 순종하기로 뜻을 나타냈으나 의회가 성경에 의거하여 결정한다는 조건 하에서였다. 그는 계속하여 “비록 법왕이 백만의 의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말씀과 신앙에 관해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법왕이 가진 것과 동일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Martyn, vol.1, p.410) 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그의 친구와 원수들은 이 이상 화해를 위하여 노력할지라도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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