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를 제압한 그의 열변
이튿날 루터는 의회에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황실의 한 관리가 그를 의회로 인도하였는데, 그는 그 장소까지 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모든 길은 로마의 권위를 용감하게 대항한 이 승려를 보기 위하여 열광하는 군중들로 차고 넘쳤다.
루터가 재판관 앞에 서려고 할 그 때에 많은 전쟁에서 용맹을 떨친 한 늙은 장군이 그에게 친절하게 말하였다. “가련한 승려여! 가련한 승려여! 그대는 지금 나와 나 외의 어떤 장군들이 가장 격렬한 전쟁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더욱 고상한 투쟁을 직면하고 있다. 만일 그대가 하는 일이 바르고, 거기에 대하여 그대가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그대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전진하라. 그리고 두려워 말라. 하나님께서 그대를 결코 버리지 아니하실 것이다” (D’Aubigne, b.7, c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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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루터는 회의장에 섰다. 황제는 보좌에 앉고, 국내의 가장 고귀한 인물들이 그 주위에 열석했다. 마틴 루터가 그의 신앙을 변호하기 위하여 의회에 출석하였던 그 때처럼 장엄한 의회는 일찍이 없었다. “그 광경 자체가 법왕교에 대한 루터의 분명한 승리를 보여 주었다. 이미 법왕은 그를 정죄하였지만 정죄당한 그 사람은 지금 재판정에 서 있다. 이 사실은 의회가 법왕권 위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었다. 법왕은 그를 파문하여 모든 인간 사회에서 끊어 버렸지마는, 존경하는 말로 소환당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의회의 영접을 받았다. 법왕은 그에게 영원히 침묵을 지키도록 선고하였지만, 그는 이제 멀리 떨어진 그리스도교국의 여러 곳에서 모여든 열렬하고 무수한 청중 앞에 서서 말을 하려고 한다. 이미 놀랄 만한 개혁이 루터라는 도구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이때에 이미 로마는 그 보좌로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로마를 이러한 상태에 빠뜨린 것은 일개 승려의 음성이었다” (D’Aubigne, b.7, ch.8).
이처럼 유력하고 유명한 의회 앞에 서게 되자 비천한 계급의 출신인 개혁자는 두려워하고 당황하는 듯이 보였다. 몇 사람의 영주 (領主) 들은 그의 태도를 보고 가까이 와서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마 10:28) 고 속삭였다. 또 다른 사람들은 “나를 인하여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리니 이는 저희와 이방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 너희를 넘겨줄 때에 어떻게 또는 무엇을 말할까 염려하지 말라 그 때에 무슨 말할 것을 주시리니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속에서 말씀하시는 자 곧 너희 아버지의 성령이니라” (마 10:18~20) 고 말하였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말씀은 세상의 위대한 사람들을 통하여 시련 중에 있는 그분의 종을 격려하였다.
루터는 황제의 보좌 바로 앞에 서게 되었다. 침묵이 온 회의장을 엄습하였다. 황실의 관리가 일어서서 곁에 쌓아 놓은 루터의 저서들을 가리키면서 루터에게 두 가지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라고 요구하였다. 그 모든 저서들을 자기의 것으로 시인하느냐는 질문과 그 저서들 속에서 나타낸 주장들을 취소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차례로 저서들의 이름이 불리워지자, 루터는 첫째 질문에 대하여 그 저서들이 다 자기의 것임을 시인하였다. 그러나 둘째 질문에 대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것은 믿음과 영혼의 구원에 관한 것이며 더욱이 하늘과 땅에서 가장 위대하고 귀중한 보배인 하나님의 말씀에 관계되는 것이므로 나는 깊이 생각한 뒤에 신중하게 대답하겠습니다. 진리가 요구하는 대로 하지 않고 환경에 따라 행동하므로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부인하리라’ (마 10:33) 고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에 저촉될까 두려워하나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말씀에 저촉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도록 존경하는 전하께서 잠시 유예의 시간을 허락하여 주시기를 진심으로 간원하나이다” (D’Aubigne, b.7, c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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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할 줄 모르는 그의 신앙
이렇게 요구함으로, 루터는 지혜롭게 처신하였다. 그의 행위는 거기 모인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감정이나 일시적 충동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하였다. 그와 같은 침착성과 자제력은 대담하고 비타협적인 그에게서 전혀 기대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그에게 힘을 더하여 나중에는 그로 하여금 신중하고 과단성 있고, 지혜롭고, 권위 있게 대답할 수 있게 하였으며, 원수들도 놀라고 실망하게 되었으며, 그들의 오만하고 불순한 태도를 견책 받게 되었다.
이튿날 그는 최후의 답변을 하기 위하여 회의장에 나아가야 했다. 잠시 동안 그는 진리를 대항하여 연합된 세력을 생각해 볼 때, 마음속에서부터 용기가 꺾였다. 그의 신앙은 흔들렸고, 두려워 떨었으며, 그는 공포에 억눌리게 되었다. 여러 가지 위험이 그의 앞에 나타났고, 원수들이 승리하고, 암흑의 권위가 이길 것처럼 보였다. 검은 구름이 그를 둘러쌌고, 그를 하나님께로부터 분리시키는 듯하였다. 그 때에 그는 만유의 주께서 자기와 함께 하신다는 보증을 얻고자 갈망하였다. 그는 마음의 괴로움을 안고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그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부르짖음, 하나님 이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부르짖음을 토로하였다.
“오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나님이시여!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섭습니까? 세상은 입을 벌리고 이 종을 삼키려고 달려듭니다. 그러나 이 종이 당신을 믿는 믿음은 너무나 미약합니다. 만일 이 종이 신뢰할 것이 이 세상의 힘뿐이라면, 모든 것은 끝났습니다. … 종의 최후의 시간은 다가왔습니다. 이미 종은 정죄의 선고를 받았습니다. … 오오! 하나님이시여! 세상의 온갖 지혜를 대항하고 있는 이 종을 도와주시옵소서. 오직 당신만이 도와주실 수 있는 유일의 분이십니다. 이것은 종의 사업이 아니요 당신의 사업입니다. 종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의 권력자들과 다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당신의 사업이며 의롭고 영원한 사업입니다. 오오! 주여! 나를 도와주시옵소서. 진실하고 영원하신 하나님이여! 종은 이제 어떠한 사람이라도 신뢰하지 않겠나이다. 사람에게 속한 것은 모두 정함이 없고, 사람으로 말미암아 오는 것은 모두 무너지고 맙니다. …당신께서 이 사업을 위하여 나를 택하셨나이다. …나의 곁에 서 주옵소서. 나의 힘, 나의 방패, 나의 망대이신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D’Aubigne, b.7, c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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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지혜로우신 하나님의 섭리는 루터에게 자신의 위험을 깨닫게 해주셨고, 그로 하여금 자기의 힘을 의뢰하지 않게 하시므로 무모하게 위험 속으로 뛰어들지 못하게 하셨다. 그러나 그가 공포에 눌리게 된 것은 즉시로 다가올 것처럼 보이는 자신의 고난과 고문과 죽음의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위기를 당면하여서 그것을 대항하는 데 자기의 힘이 너무도 미약한 것을 느꼈던 것이다. 자기의 연약함 때문에 진리의 사업이 패배당할까 두려워한 것이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복음의 승리를 위하여 그는 하나님과 씨름하였다. 밤중에 쓸쓸한 시냇가에서 투쟁할 때 이스라엘이 느꼈던 것과 같은 고민과 갈등이 그의 마음속에 충만하였다. 이스라엘처럼 그도 하나님을 이겼다. 완전한 절망 가운데서 그는 믿음으로 전능하신 구원자 그리스도를 굳게 붙들었다. 그의 마음은 그가 단독으로 의회에 출두하지 않는다는 보증으로 굳세어졌다. 그의 마음속에는 평안이 깃들었으며, 그는 고관들과 제후들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높일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것을 기뻐하게 되었다.
루터는 하나님을 전심으로 신뢰하면서 자기에게 다가오고 있는 투쟁을 위하여 준비하였다. 그는 대답할 계획을 생각하고, 자기의 저서들에 있는 구절들을 검토하고, 성경에서 그의 주장을 입증하고 지지할 만한 적당한 구절들을 뽑았다. 그 후에 그는 자기 앞에 펼쳐져 있는 성경 위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을 높이 쳐들어 “비록 증거를 위하여 나의 피를 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복음을 위하여 끝까지 충성을 다하고, 나의 신앙을 거리낌 없이 고백하겠노라” (D’Aubigne, b.7, ch.8) 고 맹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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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앞에서 신앙을 고백함
그가 두 번째 의회에 섰을 때에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공포와 난처한 기색이 보이지 아니하였다. 그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그러면서도 극히 용감하고 의기양양하게 하나님의 증인으로서 지상의 세도 있는 고관들 앞에 섰다. 그 때에 황실의 관리는 그에게 자기의 주장을 취소하고자 결정했는지 물어 보았다. 루터는 침착하고, 겸손하고, 아무런 격렬한 감정이 섞이지 아니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그의 태도는 겸손하고 존경할 만하였다. 그러나 그는 의회가 놀라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기쁨을 나타냈다.
“지극히 존엄하신 폐하여! 고귀하신 왕후 (王侯) 들과 인자하신 영주 (領主) 들이여! 오늘 본인이 여기 출정 (出廷) 하게 된 것은 어제 분부하신 명령에 따라 나온 것입니다. 하나님의 긍휼을 힘입어 본인은 존엄하신 폐하와 여기 열석하신 전하 제위께서 본인이 의롭고 진실하다고 확신하고 있는 사업에 대하여 변호하는 말을 특별하신 사랑으로 들어주시기를 간원하나이다. 그리고 본인의 무지로 인하여 궁정의 관례나 예법을 범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시기를 탄원하는 바입니다. 본인은 승원에 묻히어 있었을 뿐이며 궁정에 나아가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D’Aubigne, b.7, ch.8).
이와 같이 말한 다음에 그는 질문에 관하여, 자기의 저서들은 모두가 동일한 부류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였다. 첫째 부류는 신앙과 선행에 대하여 기록한 것으로, 이것은 그의 원수들까지도 해로운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익한 것들로 취급하였다. 이런 저서들을 취소하는 것은 만인이 인정하는 진리를 부인하는 일이 될 것이었다. 둘째 부류의 것은 법왕교의 부패와 나쁜 폐단을 폭로하는 저서들로 이루어졌다. 이런 저서들을 폐기 (廢棄) 하는 것은 로마의 포악을 한층 더 조장 (助長) 하여 더욱 심한 불경건을 맞이하기 위하여 문을 넓게 여는 것이 될 것이었다. 셋째 부류의 저서에서 그는 현존한 악폐 (惡幣) 를 옹호한 개인들을 공격하였다. 그런 부류의 저서에 관하여 그는 그 내용이 과격한 점이 있으며, 잘못된 점이 전연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음을 솔직히 고백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런 종류의 저서들도 취소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만일 그렇게 하면, 진리의 원수들은 한층 더 완강하게 되어 하나님의 백성을 더욱 잔인하게 취급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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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속하여 말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다만 한 사람의 인간이요 하나님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것처럼 나의 말이 만일 악하면 그 악한 사실을 증거해 달라고 내 자신을 변호합니다. …하나님의 자비를 힘입어 나는 지존하신 황제와 인자하신 왕후 (王侯) 들과 모든 고관 제위에게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글로써 본인의 잘못을 지적하여 달라고 간원하는 바입니다. 그와 같이 하여 본인의 잘못을 깨닫게 되면 나의 모든 오류를 즉시 취소하겠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자진해서 저의 저서들을 불 가운데 던져 버리겠습니다.
본인이 지금 명백히 진술한 것은 본인 자신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위험에 대하여 조심성 있게 헤아려 보고 생각한 연후에 진술한 것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본인은 오늘날 복음이 옛날과 마찬가지로 물의 (物議) 와 분쟁의 원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기쁘게 여기는 바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가진 특성으로 볼 때 필연적인 일입니다.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온 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러 왔노라’ (마 10:34) 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놀랍고도 두려운 권고를 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분쟁을 멈추려고 함으로 도리어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핍박하게 되고, 우리 자신에게 견딜 수 없는 위험과 현세의 불행과 영원한 멸망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까 경계해야겠습니다. …본인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많은 실례를 들 수 있습니다. 바로와 바벨론의 임금들과 이스라엘의 임금들이 그들의 나라를 외관상으로 가장 지혜롭고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권면을 따라 노력하였을 때보다 더욱 그들 자신의 멸망을 효과적으로 초래했던 적은 없었다는 것을 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산들을 옮기실지라도 산들은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D’Aubigne, b.7, ch.8).
담대한 루터의 태도
루터는 독일어로 말하였다. 그는 다시 라틴어로 같은 말을 반복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는 너무 애를 썼기 때문에 기진맥진하였지만, 그 요구대로 다시 첫 번과 같이 열렬하고 분명하게 진술하였다. 하나님의 섭리가 그 일을 지도하였다. 여러 제후들의 마음은 오류와 미신으로 어두워져 있었으므로 첫 번째 진술에서는 루터의 논증을 충분히 깨닫지 못하였다. 그러나 두 번째 반복하므로 그들은 루터가 역설하는 요지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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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고하게도 눈을 감아 빛을 보지 아니하고 진리를 깨닫지 않고자 작정한 자들은 루터의 힘 있는 말에 대하여 분격하였다. 그의 진술이 끝나자 의회의 대변인은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는 주어진 질문에 대하여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는 분명하고 정확한 답변을 해야 한다. 너는 취소하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취소하지 않겠느냐?”
개혁자는 대답하였다. “지존하신 폐하와 고귀하신 왕후 (王侯) 제위께서 본인에게 간단하고, 명료하고, 확실한 답변을 요구하셨습니다. 이제 본인은 대답하겠습니다. 본인은 본인의 신앙을 법왕이나 의회에 굴복시킬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 둘은 누차 잘못을 범하였으며 피차간에 모순되었다는 것이 분명히 밝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증언과 가장 분명한 논리로써 본인을 설복시킬 수 없는 한, 또한 본인이 인용한 성경 구절에 대하여 본인을 설복시킬 수 없는 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본인의 양심을 승복 (承服) 시킬 수 없는 한 본인은 취소할 수도 없고 취소하지도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이 자기의 양심을 거슬러 말하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기 있나이다. 저는 그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도와주시옵소서! 아멘” (D’Aubigne, b.7, ch.8).
이와 같이 그 의인은 하나님의 말씀의 확실한 기초 위에 서 있었다. 하늘의 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위대하고 결백한 인격, 그의 마음의 화평과 기쁨은 그가 오류의 세력을 대항하여 증언하고, 세상을 이기는 믿음의 탁월성을 입증하였을 때 모든 사람에게 보였다.
잠시 동안 온 회중은 경탄한 나머지 조용해졌다. 첫 번째 대답에서 루터는 공손하고, 거의 굴욕적인 태도를 취하여 아주 낮은 음성으로 말하였다. 로마교도들은 그것을 그의 용기가 꺾이고 있는 증거라고 보았다. 또한 그들은 루터가 유예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그의 신앙을 취소할 전조라고 보았다. 카알 자신도 그 승려의 지친 모습, 그의 허술한 의복, 그의 꾸밈없는 진술들을 보고, 반쯤 멸시하는 태도로 “이 승려가 나를 이단자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이제 그의 힘 있고 분명한 이론은 물론이요 그가 나타낸 용기와 견인불발의 태도는 장내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황제도 감격하여 “이 승려는 참으로 대단한 담력과 흔들리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말한다”고 하였다. 독일의 제후들은 자기들의 나라를 대표하여 주는 그의 태도에 대하여 일종의 자랑과 기쁨을 느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