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망 – 93일

83장 엠마오로 가는 길

예수께서 부활하신 날, 저물 때에 두 제자가 예루살렘에서 십삼 킬로미터쯤 떨어진 작은 마을 엠마오로 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사업에서 두드러진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했으나 매우 열렬한 신자들이었다. 그들은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올라갔으며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 제자들은 그날 아침에 그리스도의 시체가 무덤에서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무덤에 갔던 여인들이 천사들을 보았을 뿐 아니라 예수님을 만났다는 보고를 들었다. 그들은 지금 묵상과 기도를 드리기 위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들은 몹시 슬퍼하며 예수께서 재판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던 광경을 이야기하면서 저녁 길을 걷고 있었다. 저희가 이처럼 크게 낙담해 본 때는 결코 없었다. 그들은 희망도 믿음도 없이 십자가의 그늘 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저희가 얼마 가지 않아서 한 행인이 그들과 동행하게 되었으나 그들은 몹시 울적하고 깊은 좌절감에 빠져 그 행인을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들은 마음에 있는 것을 다 털어 놓으며 대화를 계속하였다. 이 제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듯이 보이는 그리스도의 교훈들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희가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에 예수께서는 그들을 위로하실 마음이 간절하셨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슬픔을 아셨으며 그런 굴욕을 자청해서 받으신 분이 과연 그리스도이실까 하는 생각 때문에 저희 마음속에 일어나고 있는 투쟁과 혼란한 생각들을 이해하고 계셨다. 그들은 슬픔을 억제할 수 없어서 울었다. 예수께서는 저희 마음이 당신의 마음과 사랑으로 묶여진 것을 알고 저희 눈물을 씻어 주며 그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가득 채워 주고자 하셨다. 그러나 그분은 저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먼저 그들에게 주셔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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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길 가면서 서로 주고받고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냐 하시니 두 사람이 슬픈 빛을 띠고 머물러 서더라 그 한 사람인 글로바라 하는 자가 대답하여 가로되 당신이 예루살렘에 우거하면서 근일 거기서 된 일을 홀로 알지 못하느냐”고 하였다. 그들은 저희 주님에 대한 그들의 실망을 그분에게 말하면서 “그는 하나님과 모든 백성 앞에서 말과 일에 능하신 선지자여늘 우리 대제사장과 관원들이 사형 판결에 넘겨주어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고 하였다. 실망으로 인한 쓰라린 마음과 떨리는 입술로 “우리는 이 사람이 이스라엘을 구속할 자라고 바랐노라 이뿐 아니라 이 일이 된 지가 사흘째”라고 그들은 덧붙여 말하였다.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하지 못하고 앞으로 성취될 사건을 그분께서 예언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가!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의 마지막 부분도 첫 부분처럼 확실히 성취되어 제삼 일에 그분이 다시 살아나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것은 저희가 반드시 기억했어야 할 부분이다.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그 말씀을 잊지 않았다. 그날은 “예비일 다음날이라 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모여 가로되 주여 저 유혹하던 자가 살았을 때에 말하되 내가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 한 것을 우리가 기억하노”(마 27:62, 63)라고 하였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 말씀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가라사대 미련하고 선지자들의 말한 모든 것을 마음에 더디 믿는 자들이여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고 하셨다. 이 행인이 누구이길래 그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이같은 열렬하고 친절하고 동정어린 희망의 말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제자들은 경탄했다. 그리스도께서 배반당하신 이후 처음으로 그들은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때때로 그들은 그 동행자를 열심히 바라보고 그의 말이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말씀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으며 저희 마음은 어떤 즐거운 기대로 고동치기 시작하였다.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역사의 바로 첫 장인 모세의 글에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서 당신 자신에 대한 말씀을 설명하셨다. 만일 예수께서 먼저 자기 자신을 그들에게 알게 하셨더라면 그들은 만족했을 것이며, 따라서 그들은 기쁨에 넘쳐서 더 이상 아무 것도 갈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구약의 의식과 예언을 통해서 주신 예수님에 대한 증거를 저희가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이 증거들 위에 저희 믿음을 세워야만 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들을 확신시키기 위해서 기적을 행하지 않으시고 제일 먼저 성경 말씀을 설명해 주셨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자신들의 모든 소망이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분은 그것이 저희 믿음을 위해서 가장 힘 있는 증거라는 사실을 선지자의 글에서 보여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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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자들을 가르치실 때에 예수께서는 당신의 사명에 대한 증인으로서 구약 성경의 중요성을 보여 주셨다.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최근에 구약 성경을 내던지면서 이것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아니다. 예수께서는 구약 성경의 가치를 크게 높이셨으며 한번은 “모세와 선지자들에게 듣지 아니하면 비록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는 자가 있을지라도 권함을 받지 아니하리라”(눅 16:31)고 말씀하셨다.

아담의 시대로부터 역사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부조들과 선지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신 이는 그리스도이시다. 구주는 신약에 뿐 아니라 구약에도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그리스도의 생애와 신약 성경의 교훈을 분명하고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예언된 과거에서 오는 빛이다. 그리스도의 이적은 그분의 신성에 대한 증거이나, 그분이 세계의 구주라는 더욱 힘 있는 증거는 구약 성경의 예언들을 신약의 역사와 비교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예언을 들어 설명하면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이 인성을 취하시고 어떤 분이 되기로 되어 있었는지에 대한 바른 견해를 제자들에게 말씀해 주셨다. 사람들의 욕망과 일치하게 보좌를 취하고 왕권을 잡으시리라는 메시야에 대한 그들의 기대는 그들을 오도해 왔었다. 그런 생각은 그분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오신 데 대하여 올바른 이해를 갖지 못하게 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의 생각이 모든 면에 있어서 순결하고 참되기를 바라셨다. 그들은 예수님에게 할당된 고통의 잔에 대하여 가능한 한 많이 이해해야만 하였다. 그분은 저희가 지금까지 이해 못하는 그 무서운 투쟁이 이 세상의 기초가 놓이기 전에 세워진 언약의 성취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모든 범법자들이 범죄를 계속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도 죽으셔야만 하였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되 패배로 끝나지 않고 영광스럽고 영원한 승리로 끝날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 세상을 죄로부터 구원하기 위해서는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분을 따르는 자들은 그분이 사신 것처럼 살아야 하고 그분이 일하신 것처럼 열렬하고 끈기 있는 노력으로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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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의 마음을 열어서 그들이 성경 말씀을 깨달을 수 있도록 설교하셨다. 제자들은 피곤했으나 그들의 대화는 지칠 줄 몰랐다. 생명과 보증의 말씀이 구주의 입술에서 흘러나왔으나 아직도 저희 눈은 열리지 않았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의 멸망을 말씀하실 때에 제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비운의 도성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그들의 동행자가 누구일까 하는 의아심을 전혀 갖지 않았다. 그들이 저희가 나누는 화제의 주인공이 바로 저희 곁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그리스도께서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처럼 나타내신 까닭이었다. 제자들은 그분이 큰 절기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 중의 하나인 줄로 생각했다. 그분은 그들과 함께 매우 조심스럽게 거친 돌작길을 걸어가셨으며 이따금 그들과 같이 멈추어 잠시 쉬기도 하셨다. 이와 같이 그들이 산길을 따라 걸어갈 때에 거기에는 얼마 후에 하나님의 우편에 앉으실 분이요,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다고(마 28:18) 말씀하실 그분이 그들 곁에서 걸어가고 계셨다.

그들이 가는 도중에 해가 져 그 행인들이 쉴 곳에 이르기 전에 들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제자들이 저희 집에 들어가려고 할 때에 동행하던 행인은 마치 자기의 여행을 계속하려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들의 심령은 그분에게서 더 많은 것을 듣고 싶어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유하사이다”라고 말했다. 그분이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처럼 보였으므로 그들은 그분을 강권하며 “때가 저물어 가고 날이 이미 기울었나이다”라고 간청하였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간청을 들으시고 “저희와 함께 유하러 들어가시”었다.

만일 제자들이 강권하여 초청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저희 길동무가 부활하신 주님이신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교제를 강요하지 않으신다. 그분은 당신을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 친히 관심을 가지신다. 그분은 즐거이 가장 미천한 가정에 들어가시고 가장 겸손한 마음을 기뻐하실 것이다. 그러나 만일 사람들이 하늘의 손님을 너무 무관심하게 생각하거나 저희와 같이 유숙하기를 그분에게 요청하지 않으면 그분은 지나가신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큰 손실을 당한다. 그들은 예수께서 저희와 함께 길을 걸으셨으나 그분을 알지 못한 그 제자들 이상으로 그리스도를 알지 못한다.

떡으로 만든 수수한 음식이 곧 준비되었다. 음식은 식탁 머리에 앉은 손님 앞에 차려졌다. 지금 그 손님은 음식을 위해 축사하려고 손을 내미셨다. 제자들은 놀라서 물러갔다. 그 손님은 그들의 주께서 하시던 똑같은 방법대로 손을 펴셨던 것이다. 제자들은 다시 쳐다보았다. 이제, 그들은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보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이는 주 예수이시다! 그분은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나셨다 하고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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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경배하려고 일어났으나 예수께서는 저희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그들은 최근에 무덤에 누워 계셨던 분이 앉으셨던 자리를 바라보며 “길에서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하고 말했다.

그러나 전해야 할 이 큰 소식을 가지고 그들은 그냥 앉아서 이야기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피곤함과 배고픔은 사라져버렸다. 저희는 음식도 입에 대지 않고, 큰 기쁨을 가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도성에 있는 제자들에게 이 기별을 전하기 위하여 급히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어떤 곳은 길이 평탄치 않았으나 그들은 가파른 곳은 기어오르고 미끄러운 바위 위에서는 구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저희와 동행하시던 분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했다. 그들은 손에 지팡이를 들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빨리 가려는 생각으로 앞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들은 길을 잃었다가 다시 찾기도 하면서 때로는 뛰고 때로는 비틀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저들의 여정 내내 눈에 보이지 않는 동행자가 저희 곁에 가까이 계셨다.

밤은 어두웠으나 의의 태양이 저희 위에 비치고 있었다. 저희 마음은 기쁨으로 뛰었다. 그들은 새로운 세상에 있는 듯이 보였다. 그리스도께서는 살아 계신 구주이시다. 그들은 더 이상 그분을 죽은 분으로 슬퍼하지 않았다. 그리스도는 부활하신 주님이시다. 그들은 여러 번 여러 번 이 말을 되풀이했다. 이것이 슬퍼하는 자들에게 주려고 가져가는 저희의 기별이었다. 그들은 엠마오로 가는 길에 있었던 놀라운 이야기를 그들에게 고해야 한다. 길에서 누가 그들과 동행하셨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그들은 세상에 주어진 가장 큰 기별, 곧 그 당시로부터 영원토록 인간 가족들의 희망이 될 즐거운 소식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시대의 소망 pp. 79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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