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망 – 83일

제사장이 입는 모든 것은 완전하고 흠이 없어야만 했다. 이 아름다운 제사장의 공식 의상들은 크신 원형(原型)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품성을 대표하였다. 의복과 태, 말과 생각에 있어서 완전함만을 하나님께서 받으실 수 있었다. 하나님은 거룩하시니 그분의 영광과 완전함이 지상 봉사에서 나타나야만 하였다. 완전함만이 하늘 봉사의 신성함을 올바르게 나타낼 수 있었다. 유한한 인간은 죄를 뉘우치고 겸손한 정신을 나타냄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찢어야만 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분간하실 것이다. 그러나 제사장의 예복은 찢지 말아야만 했는데 그 이유는 이것이 하늘의 사물에 대한 표상을 훼손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찢어진 예복을 입고 감히 거룩한 직무에 나아가 성전봉사에 임하려는 대제사장은 스스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끊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의 의복을 찢으므로 그는 상징적인 성격을 띤 직분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끊어 버렸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의식을 집무하는 제사장으로서 하나님께 가납되지 못하였다. 가야바가 나타낸 행동은 인간의 격정과 불완전함을 나타내었다.

자신의 의복을 찢으므로 가야바는 사람들의 유전을 따르기 위하여 하나님의 법을 무효로 만들었다. 참람된 사건에 제사장이 그 죄를 보고 무서워서 자기의 의복을 찢는 경우에는 죄가 없도록 인간이 만든 법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하여 하나님의 법은 사람들의 율법으로 인하여 효력을 잃게 되었다.

대제사장의 모든 행동을 백성들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았으며 가야바는 그의 경건을 나타내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비난하려고 계획된 이 행동으로 그는 하나님께서 “내 이름이 그에게 있음이니라”(출 23:21)고 말씀하신 그분을 모욕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참람된 죄를 범하고 있었다. 하나님의 정죄 아래 서서 그는 그리스도에게 참람된 자라는 선고를 내렸다.

가야바가 그의 의복을 찢었을 때에 그의 행동은 유대 민족이 한 국가로서 그 때 이후로 하나님께 대하여 그들이 차지할 위치를 의미하였다. 한때 하나님의 은총을 받던 백성들이 저희 스스로 하나님께로부터 떠나고 있었으며, 신속히 여호와께 버림받은 백성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었다”(요 19:30)고 부르짖으셨을 때 성전 휘장이 두 조각으로 찢어졌는데, 거룩한 파수꾼께서는 유대 백성들이 그들의 모든 상징물의 원형이며 그들의 모든 그림자의 실체이신 그분을 거절했다고 선언하셨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에게서 끊어졌다. 가야바가 크신 대제사장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던 대로 그러한 뜻을 지닌 그의 예복을 찢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더 이상 그 옷은 그와 백성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제사장이 자기 자신과 자기 민족에 대한 공포에 눌려 예복을 찢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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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헤드린이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도록 선고했으나 밤에 죄수를 심문하는 것은 유대인의 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합법적인 선고를 하기 위해서는 낮에 성원이 된 의회 앞에서만 가능했고 그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주께서는 이제 유죄 선고를 받은 죄수로 취급되었고 가장 낮고 비루한 인간에게 학대를 받도록 내어준 바 되셨다. 대제사장의 관저는 개방된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군사들과 무리들이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예수께서는 정원을 통과하여 감방으로 잡혀가셨는데, 그 때 사면에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그분의 주장을 조롱했다. “권능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온”다는 그분의 말씀이 희롱조로 여러 번 반복되었다. 합법적인 심문을 기다리면서 감방에 계시는 동안 그분은 보호를 받지 못하셨다. 무식한 폭도들은 그리스도께서 의회 앞에서 잔인하게 취급되는 것을 보았고 그들은 이것을 저희의 악마적인 성질을 모두 나타낼 수 있는 허가서로 삼았다. 그리스도의 고상하고 경건한 태도가 그들로 미치게 만들었다. 그분의 온유와 결백과 위엄스러운 인내는 그들을 사단에게서 유래한 온갖 증오심으로 가득 채웠다. 자비와 공의는 짓밟혔다. 일찍이 하나님의 아들처럼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취급된 죄수는 결코 없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심한 고민이 그리스도의 마음을 찢었는데, 그것은 어떤 원수의 손이 가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욱 심한 고통을 그분에게 주었다. 가야바 앞에서 조소적인 심문을 받고 계실 때에 그분의 제자 중 하나가 그를 부인했다.

동산에서 저희 주님을 저버린 후에 두 제자는 감히 멀찍이서 예수님을 잡아가는 폭도들의 뒤를 따라갔다. 이 두 제자는 베드로와 요한이었다. 제사장들은 요한을 예수님의 유명한 제자로 알았으나, 요한이 자기의 선생님이 법정에서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면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생각을 조소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를 재판정에 들어가도록 허락했다. 요한이 베드로에 대해 잘 말해서 그도 역시 들어갈 허락을 얻게 되었다.

그 때는 바로 동이 트기 직전이었고 밤 중 가장 추운 때였으므로 마당에는 불이 피워져 있었다. 한 무리가 불을 쬐고 있었는데 베드로도 염치없이 그들과 자리를 같이 하였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로 인식되기를 원치 않았다. 속 편하게 군중들과 섞여서 그는 예수님을 이곳으로 끌고 온 자들 중의 하나로 여겨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불꽃이 베드로의 얼굴을 비추자 문을 지키던 여인이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여인은 그가 요한과 같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고 그의 얼굴의 절망적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는 그가 예수님의 제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여인은 가야바의 집 종이었으며 호기심이 나서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는 베드로에게 “너도 이 사람의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고 물었다. 베드로는 놀라고 당황했으며, 군중들의 눈은 곧 베드로에게 쏠렸다. 베드로는 그 말을 못들은 체하였으나 여인은 집요하게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이 예수님과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베드로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알고 화를 내며 “여자여 내가 저를 알지 못하노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그의 첫 번째 부인이었고 곧 닭이 울었다. 오, 베드로여 그렇게 빨리 그대의 주님을 부끄러워하다니! 그렇게 빨리 그대의 주님을 부인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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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요한은 제판정에 들어갈 때에 그가 예수님을 따르는 자라는 사실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주님을 욕하고 있는 사나운 무리들과 섞이지 않았다. 그는 거짓된 성격을 가장하여 자신을 의심받게 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질문도 받지 않았다. 그는 폭도들의 주목을 피하려고 한적한 모퉁이를 찾았으나 될 수 있는 대로 예수님 가까이 있고자 하였다. 그 곳에서 그는 주님을 심문하는 동안 일어난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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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는 그의 진정한 신분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았다. 무관심한 태도를 가장하므로 그는 자신을 원수의 편에 두었으며 쉽게 유혹의 밥이 되었다. 만일 그가 자기 주님을 위하여 싸우도록 부르심을 받았더라면 그는 용감한 군인이 되었을 것이나 조롱의 손가락이 그를 지적했을 때에 그는 자신이 겁쟁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말았다. 저희 주님을 위한 적극적인 투쟁을 겁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조롱을 받게 될 때에는 그들의 신앙을 버리게 된다. 마땅히 피해야 할 자들과 사귀므로 그들은 유혹의 길에 저희 자신들을 방치해 둔다. 그들은 저희를 유혹하도록 원수를 초청해 들이고, 다른 환경 아래 있었더라면 그들이 결코 죄를 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행한다. 오늘날 고통과 비난이 무서워서 자신의 신앙을 숨기는 그리스도의 제자는 재판정에서 베드로가 행한 것처럼 실제로 자기의 주님을 부인하는 자들이다.

베드로는 주님의 심문에 대하여 관심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분에게 퍼붓는 잔인한 욕설을 듣고 그분이 당하는 학대와 고통을 보고 그의 마음은 슬픔에 짓눌렸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그가 놀라고 분개한 것은 예수께서 그 같은 취급을 당하고 계심으로 그분 자신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치욕을 안겨 주고 계신 것이었다. 그는 자기의 솔직한 감정을 숨기기 위하여 예수님을 핍박하는 자들의 얼토당토않은 조롱에 가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는 거짓을 행하고 있었으며 태연하게 이야기하려고 했으나 주께 퍼붓는 욕설을 듣자 분개한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두 번째로 그에게 주의가 집중되고 다시 그는 예수님을 따르는 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는 맹세하여 말하기를 “내가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고 하였다. 아직도 그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서 대제사장의 종들 중 하나 곧 베드로가 귀를 잘랐던 자의 가까운 친척 되는 사람이 베드로에게 말하기를 “네가 그 사람과 함께 동산에 있던 것을 내가 보지 아니하였느나”, “너는 갈릴리 사람이니 참으로 그 당이니라 네 말하는 소리가 너를 표명한다”(영문 성경 참고)고 하였다. 이 말을 듣자 베드로는 버럭 성을 내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들의 말이 순결한 것으로 유명했다. 베드로는 이제 그에게 질문하는 자들을 완전히 속이고 그의 위장된 신분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저주하고 욕함으로 주님을 부인하였다. 또 다시 닭이 울었다. 베드로는 그 소리를 듣자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막 14:30)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였다.

비열한 저주의 말이 베드로의 입술에서 발해지며 목청껏 울어대는 닭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그의 귀에 울리고 있을 그때에 구주께서는 얼굴을 찌푸린 재판장들로부터 얼굴을 돌려 그분의 가련한 제자를 유심히 바라보셨다. 그와 동시에 베드로의 시선도 주께 이끌렸다. 그 부드러운 얼굴에서 그는 깊은 동정과 슬픔을 볼 수 있었을 뿐 분노의 그림자는 추호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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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하고 고통에 차 있는 얼굴과 떨리는 입술과 동정과 용서의 정이 서린 그분의 모습은 화살처럼 그의 마음을 찔렀다. 양심은 일깨워졌다. 기억은 되살아났다. 베드로는 주님과 함께 옥에나 죽는 곳에라도 가겠다고 했던 불과 몇 시간 전의 그의 약속을 회상했다.

구주께서 다락방에서 그날 밤에 그가 세 번씩이나 주님을 부인하리라고 말씀하셨을 때 자신이 슬퍼하던 일을 기억하였다. 베드로는 방금 예수님을 모른다고 선언하였으나, 이제 그는 매우 슬퍼하며, 주께서 그를 얼마나 잘 아시며, 자신도 알지 못하였던 거짓된 마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아셨는지를 깨달았다.

추억의 조수가 그에게 밀려들었다. 구주의 부드러운 자비, 그분의 친절과 오래 참으심, 과오를 범한 제자들을 대하시는 그분의 부드러우심과 인내…, 이 모든 일이 기억에 떠올랐다. 그는 “시몬아 보라 사단이 밀 까부르듯 하려고 너희를 청구하였으나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눅 22:31, 32)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회상하였다. 그는 자신의 배은망덕과 거짓과 거짓된 맹세에 대하여 두려운 마음으로 반성하였다. 베드로가 한 번 더 주님을 바라보았을 때 그는 한 괘씸한 손이 주님의 얼굴을 치는 것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그는 비통한 마음으로 재판정에서 뛰쳐나왔다.

베드로는 홀로 외로이 어둠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고 어디로 가든 상관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겟세마네 동산에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일어났던 광경이 그의 마음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피땀에 젖어 고민으로 떨고 계시던 주님의 고통스러운 얼굴이 그의 앞에 떠올랐다. 그는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그 시련의 시간에 그분과 연합했어야 할 자들이 자고 있었던 일과 예수께서 홀로 기도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고민하시던 일을 기억하였다. 그는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마 26:41)고 하신 예수님의 엄숙한 명령을 기억하였다. 그는 다시 재판정에서 일어난 광경을 회상했다. 그가 구주의 굴욕과 슬픔에 가장 무거운 짐을 더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애통하는 마음은 몹시 괴로웠다. 예수께서 당신의 아버지께 자기의 영혼의 고통을 토로하시던 바로 그 곳에 와서 베드로는 얼굴을 땅에 대고 죽기를 원했다.

베드로가 큰 죄를 지을 길을 마련하고 있던 때가 바로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깨어 기도하라고 명하셨는데도 자고 있던 바로 그 때였다. 그 결정적인 순간에 잠을 잤으므로 제자들은 모두 큰 손실을 당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들이 통과해야 할 불 같은 시련을 아셨다. 그분은 어떻게 사단이 그들의 감각을 마비시켜서 그들로 시련을 대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인지를 아셨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경고를 주셨던 것이다. 동산에서 깨어 기도하면서 시간을 보냈더라면 베드로는 자기 자신의 연약한 힘만을 의지하도록 버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주님을 부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자들이 고민 가운데 계시는 그리스도와 같이 깨어 있었다면 그들은 십자가 위에서 고통당하시는 그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준비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분의 압도적인 고민의 성격을 어느 정도 이해하였을 것이다. 그들은 당신의 고통과 죽음과 부활에 대하여 예언하신 그분의 말씀을 회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 어둡고 극심한 시련의 때에 희망의 빛이 어둠을 비춰서 그들의 믿음을 유지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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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새자마자 산헤드린은 다시 회의를 소집해서 예수님을 공회 앞에 끌어 왔다. 예수께서는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선언하셨고 그들은 그분의 말씀을 가지고 그분을 대적할 혐의로 삼았다. 그러나 그들이 이것으로는 예수님을 정죄할 수 없었다. 이는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야간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그분의 이러한 말씀을 듣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로마의 법정이 그분의 말씀에서 사형에 처할 만한 죄목을 찾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러나 예수님의 입술에서 그 말씀이 되풀이되어 나오는 것을 그들 모두가 다시 들을 수 있다면 그들의 목적은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들은 메시야라는 그분의 주장을 선동적인 정치적 주장과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네가 그리스도여든 우리에게 말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잠잠하셨다. 그들은 계속하여 그분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마침내 비통한 음조로 그분은 “내가 말할지라도 너희가 믿지 아니할 것이요 내가 물어도 너희가 대답지 아니할 것이니라”고 대답하셨다. 그러나 그들이 핑계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그분은 “이제 후로는 인자가 하나님의 권능의 우편에 앉아 있으리라”고 엄숙한 경고를 덧붙여 말씀하셨다.

“그러면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냐”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수께서는 “너희 말과 같이 내가 그니라”고 말씀하셨다. 저희는 “어찌 더 증거를 요구하리요 우리가 친히 그 입에서 들었노라”고 부르짖었다.

유대의 권력자들로부터 세 번째 선고를 받으셨으므로 예수께서는 죽으실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필요한 일은 이 같은 선고에 대해 로마인들의 재가(裁可)를 받기 위하여 그분을 그들의 손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세 번째로 그분을 욕하고 조롱하는 장면이 벌어졌는데, 그것은 무식한 폭도들에게 받던 것보다 한층 더 심했다. 제사장들과 관원들이 참석한 바로 그 곳에서 또 그들의 허락을 얻어 이 일이 벌어졌다. 모든 동정심이나 인도적인 감정은 그들의 마음에서 사라졌다. 만일 저들의 논법이 약해서 그분의 음성을 침묵시키지 못했다면 그들은 다른 무기들 곧 각 시대를 통하여 이단자들을 침묵시키는 데 사용되었던 고통과 폭력과 죽임과 같은 무기들을 사용했을 것이다.

-715-

재판관들이 예수님의 유죄를 선고하자 백성들은 악마적인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들의 부르짖음은 야수의 소리와 같았다. 군중들은 예수님에게 달려가서 “그는 죄인이다. 그를 죽여라!” 하고 부르짖었다.

로마의 군병들이 없었던들 예수께서는 갈바리의 십자가에 못 박힐 때까지 살아 계시지 못했을 것이다. 로마 당국이 간여해서 무력으로 폭도들의 폭력을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그분은 재판관들 앞에서 갈가리 찢기셨을 것이다.

이방인들은 아무 죄도 찾아낼 수 없는 사람을 야수처럼 취급하는 것을 보고 분개하였다. 로마의 관리들은 예수님에게 유죄를 선고함으로 유대인들이 로마의 권위를 침해했고 더군다나 그 자신의 증언만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유대인의 율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들의 개입이 사건 진행에 일시적인 소강(小康)상태를 가져왔지만 유대인의 지도자들은 동정과 수치심에는 모두 무감각해 있었다.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그들이 가진 직분의 존귀함을 잊어버리고 추악한 형용 어구를 써서 하나님의 아들을 모욕하였다. 그들은 예수님의 가문을 들어 그분을 욕했다. 자신을 메시야라고 선언한 그분의 외람됨이 그분을 가장 수치스러운 죽음으로 이끌어갔다고 그들은 말했다. 가장 방탕한 사람들이 구주를 파렴치하게 학대하는 일에 가담하였다. 박해하는 자들은 헌 옷을 그분의 머리에 씌우고 그분의 얼굴을 치면서 말하기를 “그리스도야 우리에게 선지자 노릇을 하라 너를 친 자가 누구냐”고 하였다. 그 헌 옷을 그분에게서 벗길 때에 한 초라하고 비루한 자가 그분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하나님의 천사들은 저희의 사랑하는 사령관에 대한 온갖 모독적인 표정과 말과 행실을 빠짐없이 기록하였다. 그리스도의 평온하고 창백한 얼굴에 침을 뱉고 멸시한 비열한 자들은 장차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나는 영광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시대의 소망 pp. 709-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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