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장 가이사랴에서의 재판
바울이 가이사랴에 도착한 지 닷새 후에 그의 고소인들은 변호사로 고용한 변사 더둘로와 함께 예루살렘으로부터 왔다. 그 소송은 신속히 심리(審理)하도록 허락되었다. 바울은 회중 앞으로 인도되었고 더둘로는 “송사하”기 시작하였다. 로마 총독에게는 사실과 공의에 대한 단순한 진술보다 아첨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한 교활한 변사는 벨릭스를 칭찬하는 그의 연설을 시작하였다. “벨릭스 각하여 우리가 당신을 힘입어 태평을 누리고 또 이 민족이 당신의 선견을 인하여 여러 가지로 개량된 것을 우리가 어느 모양으로나 어느 곳에서나 감사무지하옵나이다.”
더둘로는 여기서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이는 벨릭스의 성품이 천하고 경멸할 만하였기 때문이었다. 벨릭스는 “각종 색욕과 잔인한 행위를 행함에 있어서 노예의 기질을 가지고 왕권을 행사하였다”(타키투스, “역사”, 제5장)고 전해지고 있다. 더둘로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의 아첨하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나 바울에 대하여 정죄를 얻어내고자 하는 그들의 갈망은 진리에 대한 애착심보다 더 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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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둘로는 그의 연설에서 바울에게 정부에 대한 대역죄를 씌워 고발하였다. 변사는 “우리가 보니 이 사람은 염병이라 천하에 퍼진 유대인을 다 소요케 하는 자요 나사렛 이단의 괴수라 저가 또 성전을 더럽게 하려 하”였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더둘로는 진술하기를 예루살렘 수비대의 사령관 루시아가 유대인들이 바울을 그들의 교법으로 재판하려 할 때에 그를 난폭하게 빼앗아 갔으므로 유대인들이 이 문제를 벨릭스 앞에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였다. 그는 총독을 꾀어 바울을 유대인의 법정에 넘겨주도록 하려는 계획으로 이렇게 진술하였다. 모든 비난은 참석한 유대인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그들은 죄수에 대한 증오심을 감추고자 노력하지 아니하였다.
벨릭스는 바울의 고소자들의 의향과 성격을 충분히 통찰할 수 있었다. 벨릭스는 무슨 동기로 그들이 자기에게 아첨하였는지를 알았고 그들이 또한 바울에 대한 그들의 비난을 실증하지 못한 것도 알았다. 그는 피고인을 돌아보고 몸짓으로 그에게 자신을 변호하라고 하였다. 벨릭스가 매우 오랫동안 총독으로 있었으므로 유대인들의 율법과 풍속을 매우 잘 아는 까닭에 바울은 아첨하는 말을 하지 아니하고 벨릭스 앞에서 더욱 기쁨으로 자신을 변호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단순하게 진술하였다. 그에게 가하여진 비난을 언급하여 그는 그 중의 하나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나타내었다. 그는 그가 예루살렘의 어느 곳에서도 소란을 일으키지 아니하였고 성전을 모독한 일도 없다고 진술하였다. 바울은 “저희는 내가 성전에서 아무와 변론하는 것이나 회당과 또는 성중에서 무리를 소동케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제 나를 송사하는 모든 일에 대하여 저희가 능히 당신 앞에 내세울 것이 없나이다”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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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이단이라 하는 도를 좇아” 그는 조상들의 하나님을 경배하였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한편 자기는 항상 “율법과 및 선지자들의 글에 기록된 것을 다” 믿었고 성경의 분명한 가르침대로 죽은 자의 부활에 대한 신앙을 가졌노라고 주장하였다. 더욱이 그는 자신의 생활의 주요한 목적은 “하나님과 사람을 대하여 항상 양심에 거리낌이 없기를 힘썼”다고 말하였다.
바울은 솔직하고 정직하게 그가 예루살렘을 방문한 목적과 체포되어 심문당한 전후 사정을 진술하였다. “여러 해 만에 내가 내 민족을 구제할 것과 제물을 가지고 와서 드리는 중에 내가 결례를 행하였고 모임도 없고 소동도 없이 성전에 있는 것을 저희가 보았나이다 그러나 아시아로부터 온 어떤 유대인들이 있었으니 저희가 만일 나를 반대할 사건이 있으면 마땅히 당신 앞에 와서 송사하였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내가 공회 앞에 섰을 때에 무슨 옳지 않은 것을 보았는가 말하라 하소서 오직 내가 저희 가운데 서서 외치기를 내가 죽은 자의 부활에 대하여 오늘 너희 앞에 심문을 받는다고 한 이 한 소리가 있을 따름이니이다”고 하였다.
사도는 열성 있고 사뭇 성실함으로 말하였으며 그의 말은 그들을 크게 설득시키는 힘이 있었다. 글라우디오 루시아는 벨릭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바울의 행동에 관하여 동일한 증언을 하였다. 그보다 더 벨릭스 자신이 많은 사람들이 상상한 것보다 유대인의 신앙을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사건의 진상에 대한 바울의 분명한 진술은 벨릭스로 하여금 유대인들이 사도에게 소요와 반역 행위의 죄를 씌우고자 한 동기를 더욱 분명히 알게 하였다. 총독은 로마 시민을 부당하게 정죄하여 그들을 만족시키고자 하지도 아니하였고 그를 공정한 심판도 거치지 않고 사형에 처하도록 그들에게 내어 주고자 하지도 아니하였다. 그러나 벨릭스는 사리사욕 외에 더 고상한 동기 따위는 알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그는 칭찬에 대한 애착심과 승진에 대한 욕망의 지배를 받았다. 그는 유대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가 무죄한 것으로 아는 사람에게 완전한 공의를 행하지 못하였다. 그런고로 그는 루시아가 나타날 때까지 심문을 연기할 것을 결정하고 “천부장 루시아가 내려오거든 너희 일을 처결하리라”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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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는 죄수로 남아 있었으나 벨릭스가 바울을 지키도록 임명을 받은 백부장에게 명하여 “바울을 지키되 자유를 주며 친구 중 아무나 수종하는 것을 금치 말라”고 하였다.
그 일 후 오래지 아니하여 벨릭스와 그의 아내 드루실라는 바울을 불러 그에게서 “그리스도 예수 믿는 도를” 듣고자 개인적으로 그를 만났다. 그들은 이 새로운 진리 곧 저희가 다시는 들을 수 없을지 모르는 진리, 만일 거절한다면 하나님의 날에 그들에 대하여 신속하게 증거할 진리를 듣고자 열심을 내기까지 하였다.
바울은 이것을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로 여기고 충실히 선용하였다. 바울은 그를 죽음에 처하게 할 권세나 그를 놓아 줄 권세를 가진 자 앞에 섰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는 벨릭스와 드루실라에게 칭찬이나 아첨을 하지 아니하였다. 바울은 그의 말이 그들에게 생명이나 사망의 냄새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모든 이기적 생각을 버리고 그들에게 그들의 위기에 대한 느낌을 일으키고자 노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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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는 복음이 그의 말을 듣게 될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든지 장차 그들이 크고도 흰 보좌 주위에 둘러 있는 순결하고 거룩한 무리 가운데서든지 혹은 그리스도께서 “불법을 행한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고 말씀하실 자들 중에 설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하늘의 심판대 앞에서 그의 청중의 각 사람을 만나야 하며 거기서 그가 말하고 행한 모든 것뿐 아니라 그가 행한 말과 행위의 동기와 정신까지도 회개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벨릭스의 행동이 매우 난폭하고 잔인하였으므로 감히 전에 그의 성품과 행동에 흠이 없지 아니하다고 그에게 암시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바울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였다. 바울은 그리스도에 대한 그의 신앙과 그 신앙의 까닭을 분명히 선포하였고 이와 같이 하여 그리스도인의 품성의 본질인 이러한 미덕에 대하여 자세히 말하게 되었으나 그의 앞에 있는 교만한 부부에게는 이것이 매우 현저하게 결핍되어 있었다.
바울은 벨릭스와 드루실라 앞에 하나님의 율법에 따라 정욕을 이성의 지배 아래 두어 체력과 지력을 건강한 상태에 보존하는 절제 생활을 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라는 사실을 분명히 나타내었다. 그는 분명히 심판의 날이 올 텐데 그 때에는 모든 사람이 몸으로 행한 행위에 따라 보상을 받겠고, 부나 직분이나 지위가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은총을 입게 하거나 죄의 결과에서 그를 구원하는 데 무력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는 이생은 인간이 내세를 위하여 준비하는 기간임을 나타내었다. 인간이 현재의 특권과 기회를 소홀히 한다면 영원한 손실을 당하게 될 것인데 인간에게 새로운 유예 기간은 주어지지 아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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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특별히 하나님의 율법의 원대한 요구를 강조하였다. 그는 이것이 어떻게 인간의 도덕성의 깊은 비밀을 드러내고 사람들의 견해와 지식으로부터 감추어진 것을 환하게 밝혀 주는지 보여 주었다. 손이 행하는 것과 혀가 말하는 것 곧 외적 생애가 나타내는 것은 인간의 도덕성을 불완전하게 나타낸다. 율법은 인간의 사상과 동기와 목적을 드러낸다. 사람들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은밀히 숨겨 둔 정욕, 질투, 증오, 색욕, 야망, 마음의 은밀한 곳에서 꾀하는 악한 행위들은 비록 기회가 없어서 실행하지는 못할지라도 하나님의 율법은 이 모든 것들을 정죄한다.
바울은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죄를 위한 큰 희생 제물로 향하게 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장차 올 좋은 것들의 그림자인 희생 제물들을 지적하였고 그 후에 이 모든 의식들의 원형-타락한 인류를 위한 유일한 생명과 소망의 근원으로서 희생 제물들이 지적하는-으로서 그리스도를 제시하였다. 옛 성인들도 그리스도의 보혈을 믿는 신앙으로 구원을 받았다. 희생 제물들의 죽음의 고통을 볼 때 그들은 세상 죄를 지고 가셔야 할 하나님의 어린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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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당연히 당신의 모든 피조물들의 사랑과 순종을 주장하신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율법을 통해서 그들에게 의의 완전한 표준을 주셨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창조주를 잊어버리고 하나님의 뜻과 반대되는 자신들의 길을 따르기로 선택한다. 그들은 하늘처럼 높고 우주처럼 넓은 사랑을 증오로 보답한다. 하나님께서는 악인들의 수준에 맞도록 당신의 율법의 요구를 낮추실 수도 없고 인간이 자력으로 율법의 요구에 응할 수도 없다. 다만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만 죄인은 죄악에서 깨끗함을 받을 수 있고 창조주의 율법에 순종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죄수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에게 하나님의 율법의 요구를 주장하였고 멸시받으신 나사렛 사람 예수를 세계의 구속주이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소개하였다.
유대인인 왕후는 자기가 그토록 수치스럽게 범한 그 율법의 거룩한 특성을 잘 이해하였으나 갈바리의 사람에 대한 그의 편견은 생명의 말씀에 대하여 마음을 완고하게 하였다. 그러나 벨릭스는 이 진리에 대하여 전에 들어본 일이 전혀 없었으며 하나님의 성령께서 그의 마음에 죄를 깨닫게 하실 때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제 양심이 살아나 양심의 소리를 듣게 되었으므로 벨릭스는 바울의 말이 참이라는 것을 느꼈다. 범죄한 과거가 회상되었다. 두려울 정도로 분명하게 그의 앞에는 그가 방탕하던 초기 생애의 비밀과 피 흘림, 그리고 그의 후년의 검은 기록이 떠올랐다. 그는 음탕하고 잔인하고 욕심 많은 자신을 발견하였다. 이처럼 진리가 그의 마음에 절실히 다가온 적이 전에는 결코 없었다. 그의 심령이 그처럼 공포로 가득 찼던 적이 전에는 결코 없었다. 그의 범죄의 생애의 모든 비밀이 하나님의 목전에 공개되었고 그는 자신의 행위를 따라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두려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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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죄에 대한 깨달음이 그를 회개하도록 하는 대신 그는 이 반갑지 않은 영상들을 흩어 버리고자 노력하였다. 바울과의 회견은 중단되었다. 그는 말하기를 “시방은 가라 내가 틈이 있으면 너를 부르리라”고 하였다.
벨릭스의 태도와 빌립보의 간수의 태도는 얼마나 현저히 대조되는가! 주의 종들은 마치 바울이 벨릭스에게 온 것처럼 결박을 당하여 간수에게로 왔었다. 그들이 하나님의 능력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나타낸 증거, 곧 고통과 치욕 중에서도 기뻐하고 지진으로 땅이 비틀거릴 때에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그들의 그리스도와 같은 용서의 정신은 간수의 마음에 죄를 깨닫게 하였으므로 그는 떨면서 그의 죄를 자복하고 용서를 받았다. 벨릭스도 떨었으나 그는 회개하지 아니하였다. 간수는 기쁨으로 하나님의 성령을 그의 마음과 그의 가정에 받아들였으나 벨릭스는 하나님의 사도를 떠나가게 하였다. 전자는 하나님의 자녀와 하늘의 후사가 되기를 택하였으나 후자는 불의의 일꾼들과 운명을 같이 하였다.
이년 동안이나 심문이 실시되지 않은 채 바울은 죄수로 남아 있었다. 벨릭스는 여러 번 그를 방문하여 그의 말을 주의 깊이 들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다정한 척하는 것은 그 진정한 목적이 이득을 얻고자 갈망함이었으니 거액의 돈을 지불하면 바울이 놓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도는 뇌물을 주고 놓임을 받기에는 너무도 고상한 성품의 사람이었다. 바울은 어떠한 죄도 범하지 아니하였고 자유를 얻기 위하여 몸을 굽혀 악을 행하고자 하지도 아니하였다. 더욱이 그는 그와 같은 보석금을 지불하기에는 너무나 가난하였고 비록 그렇게 할 생각이 있었다고 하였을지라도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하여 그가 회개시킨 사람들의 동정과 관대한 행위에 호소하고자 하지 아니하였다. 그는 또한 그가 하나님의 수중에 있다는 것을 느꼈으며 자신에 대한 하나님의 목적을 방해하고자 하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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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릭스는 마침내 유대인에게 범한 큰 죄악 때문에 로마로 소환되었다. 이 소환에 응하여 가이사랴를 떠나기 전에 그는 바울을 옥에 남겨 둠으로 “유대인의 마음을 얻고자” 생각하였다. 그러나 벨릭스가 유대인들의 신임을 다시 얻으려는 그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벨릭스는 총애를 잃어 직분을 박탈당하였고 보르기오 베스도가 가이사랴 본영과 더불어 그를 계승하도록 임명되었다.
바울이 의와 절제와 장차 오는 심판에 관하여 그와 함께 논의하였을 때 한줄기 하늘의 빛이 벨릭스에게 비치도록 허락되었다. 그것은 그의 죄악을 깨닫고 죄를 버릴 수 있게 하늘이 보낸 기회였다. 그러나 벨릭스는 하늘의 사자에게 “시방은 가라 내가 틈이 있으면 너를 부르리라”고 말하였다. 그는 그에게 제공된 최후의 은혜를 멸시하였다. 그는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다른 부르심을 결코 받을 수 없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