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망 – 86일

“저 옳은 사람에게 아무 상관도 하지 마옵소서 오늘 꿈에 내가 그 사람을 인하여 애를 많이 썼나이다.” 빌라도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그는 자신의 상반되는 감정 때문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행동하기를 지체하고 있는 동안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백성들의 마음을 한층 더 격화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빌라도에게 결단을 내리도록 강요했다. 그는 이제 그리스도를 석방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를 한 관습을 생각해 냈다. 이 축제일에는 백성들이 선택하는 죄수 한 사람을 석방시키는 관습이 있었다. 이 관습은 이교도가 창안한 것으로 거기에는 공의라고는 추호도 없었으나 유대인들은 이를 매우 귀중히 여기고 있었다. 이때에 로마 관원들은 사형 선고를 받은 바라바라는 죄수를 잡아 두었다. 이 사람은 자신을 메시야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상을 바로잡기 위하여 사물에 대한 다른 질서를 세울 권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악마적인 착각 아래 도둑질과 강도질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나 다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사단의 역사를 통하여 놀라운 일들을 행하였으며 백성들 중에서 추종자를 얻어 로마 정부에 대한 반란을 선동했다. 그는 종교적 열성의 가면을 쓰고 반역과 잔인한 일을 감행하는 무정하고 절망적인 악인이었다. 빌라도는 백성들로 하여금 이 사람과 무죄하신 구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함으로 그들에게 정의감을 불러일으키려고 생각했다. 그는 백성들로부터 제사장들과 관원들의 주장에 반대되는, 예수께 대한 동정을 얻게 되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군중들을 돌아보며 그는 진지하게 “너희는 내가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바라바냐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냐” 하고 물었다.

폭도들은 야수의 울부짖음과 같은 소리로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주소서”라고 대답하였다. “바라바”라는 부르짖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백성들이 그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줄로 생각하고 빌라도는 “너희는 내가 유대인의 왕을 너희에게 놓아주기를 원하느냐”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부르짖기를 “이 사람을 없이 하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주소서”라고 하였다. “그러면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를 내가 어떻게 하랴”고 빌라도는 물었다. 또다시 밀려오는 파도처럼 웅성거리는 군중들이 악마처럼 부르짖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이 군중 속에 있었으니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라는 대답 밖에 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빌라도는 곤혹스러웠다. 그는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는 무죄한 사람을 그가 선고할 수 있는 수치스럽고 잔인한 죽음을 당하도록 내어 주기를 두려워하였다. 포효(咆哮)하던 음성이 그친 후에 그는 백성들을 향하여 “어찜이뇨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것을 논의하기에는 너무나 멀리 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무죄를 증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을 정죄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빌라도는 그분을 구원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었다. 빌라도가 세 번째 말하되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 때려서 놓으리라” 하였다. 그러나 그분을 석방하겠다는 이 말이 백성들을 십 배나 광포하게 만들었다. “저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고 그들은 부르짖었다. 빌라도의 우유부단함이 초래한 폭풍우는 점점 거세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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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에 지치고 온몸에 상처를 입으신 예수님은 끌려 나오셔서 군중들의 목전에서 채찍에 맞으셨다. “군병들이 예수를 끌고 브라이도리온이라는 뜰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모으고 예수에게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 면류관을 엮어 씌우고 예하여 가로되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침을 뱉으며 꿇어 절하더라.” 때때로 어떤 악인의 손이 예수님이 손에 쥐고 있던 갈대를 빼앗아 그분의 이마에 씌워진 가시관을 쳤다. 그 때마다 그분의 관자놀이는 가시에 찔려서 붉은 피가 그분의 얼굴과 수염에 흘러내렸다.

하늘이여! 경탄하고 놀랄지어다. 땅이여! 압박하는 자와 압박 받는 자를 바라보라! 미친 군중들이 세상의 구주를 에워쌌다. 조롱과 조소가 야비하고 참람된 저주와 뒤섞여 나왔다. 그분의 미천한 태생과 초라한 생애는 잔인한 폭도들의 비평을 받았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그분의 주장은 조소를 받았으며 비루한 농담과 모독적인 욕설이 이 입술 저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사단은 구주를 모욕하는 일에 잔인한 폭도들을 지휘하였다. 할 수 있는 대로 그분을 노하게 하여 보복을 하게 하거나 그분으로 하여금 이적을 행하여 자신을 구출하게 함으로 구원의 경륜을 무산시키는 것이 사단의 목적이었다. 그분의 생애에 단 하나의 흠이 있거나 무서운 시험을 견디는 일에 있어서 그분의 인성에 단 한 가지 실수라도 있었다면 하나님의 어린양은 불완전한 제물이 되었을 것이며 인류의 구속은 실패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마디 명령으로 하늘 군대를 불러와 자기를 돕게 할 수 있고 신성의 위엄을 번쩍이심으로 공포에 싸인 폭도들을 당신의 시야에서 몰아내실 수 있는 분이 가장 비루한 모욕과 폭행을 더할 나위 없이 침착하게 감내하셨다.

그리스도의 원수들은 그분의 신성의 증거로서 이적을 요구하였다. 그들은 그들이 요구했던 그 무엇보다도 더 큰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잔인성이 그분을 고문하는 자들을 인간 이하로 낮추어 사단의 모습으로 변모시킨 것처럼, 예수님의 온유와 인내는 그분을 인간 이상으로 높여서 그분이 하나님과 같은 분이심을 증거해 주었다. 그분의 낮아짐은 높아질 것에 대한 보증이었다. 그분의 상처받은 관자놀이에서 얼굴과 수염에 흘러내린 고민의 핏방울은 그분이 우리의 크신 대제사장으로서 “즐거움의 기름”(히 1:9) 부음을 받으실 보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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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께 가한 온갖 모욕으로도 그분의 입술에서 지극히 적은 한 마디의 불평도 흘러나오게 하지 못하자 사단은 몹시 분노하였다. 예수께서는 인성을 취하셨지만 그분은 성스러운 참을성으로 견디셨으며 조금도 아버지의 뜻에서 떠나지 않으셨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내어 주어 채찍에 맞게 하고 조롱을 당하게 함으로 그분에 대한 군중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그는 저희가 이것으로 형벌은 넉넉하다고 결정하기를 바랐다. 제사장들의 악의도 그쯤으로 만족하리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러나 예민한 지각으로 유대인들은 무죄하다고 선언된 사람을 이렇게 처벌하는 약점을 간파하였다. 그들은 빌라도가 죄수의 생명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음을 알고 예수님을 놓아주지 않게 하려고 단단히 결심하였다. 문제를 결정적인 점까지 밀고 나아간다면 분명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이제 빌라도는 사람을 보내어 바라바를 재판정에 데리고 나오도록 하였다. 다음에 그는 두 죄수를 나란히 세우고, 구주를 가리키면서 엄숙하게 간청하는 음성으로 “보라 이 사람이로다”, “이 사람을 데리고 너희에게 나오나니 이는 내가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한 것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함이로다”라고 말하였다.

조롱거리의 옷을 입으시고 가시 면류관을 쓰신 하나님의 아들이 거기 서 계셨다. 허리까지 옷이 벗겨지고 등에는 길고 흉측스러운 매 자국이 보였으며 그 곳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분의 얼굴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피로와 고통의 흔적이 역력했으나 지금보다 더욱 아름답게 보인 적은 결코 없었다. 구주의 모습은 원수들 앞에서 일그러지지 않았으며 모습 하나하나마다 평온과 인내와 잔인한 원수들에 대한 가장 부드러운 동정이 나타나 보였다. 그분의 태도에는 비겁하게 약점을 보이는 일이 없었고 오히려 오래 참으시는 힘과 위엄이 있었다. 그분의 곁에 있는 죄수는 현저한 대조를 이루었다. 바라바의 모든 면모는 그가 냉혹한 악한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이들의 대조는 모든 관중에게 어떤 것을 말하여 주는 듯 했으며 관중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울고 있었다. 그들이 예수님을 바라볼 때에 저희 마음은 동정심으로 가득 찼다. 제사장들과 관원들까지도 예수님은 당신이 주장하시는 그대로임을 확신하였다.

그리스도를 둘러싸고 있던 로마 군병들 모두가 다 마음이 완악한 자들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그분이 범죄자인지 또는 위험한 인물인지에 대한 증거를 얻기 위하여 예수님의 얼굴을 열심히 주목하였다. 때때로 그들은 방향을 바꾸어 바라바에게 멸시의 시선을 던졌다. 그들은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하나하나 훑어 볼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다시 심문을 받으시는 그분께로 눈길을 돌렸다 그들은 깊은 동정심으로 그 거룩한 고통자를 바라보았다. 저희가 그분을 그리스도로 인정하든지 아니면 그분을 거절해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든지 간에 그리스도의 조용한 복종은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장면으로 그들의 마음속에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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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 없이 참으시는 구주를 보자 빌라도의 마음은 놀람으로 가득 찼다. 그는 바라바와 대조되는 이 사람을 볼 때에 유대인들에게 동정심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세상의 빛으로써 그들의 어둠과 잘못을 드러내신 그리스도를 제사장들이 왜 그처럼 몹시 미워하는지를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제사장들은 폭도들을 움직여 미친 듯이 날뛰게 했으며 또다시 제사장들과 관원들과 백성들은 “저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라고 무섭게 부르짖었다.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까닭 모를 잔인성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포자기 하여 “너희가 친히 데려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라 나는 그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노라”고 부르짖었다.

비록 잔인한 일에 익숙한 로마의 총독이었을지라도 정죄를 받고 채찍에 맞아서 이마와 찢긴 등에서는 피를 흘리면서도 보좌에 앉은 왕과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는 고통당하는 그 죄수에 대하여 동정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제사장들은 “우리에게 법이 있으니 그 법대로 하면 저가 당연히 죽을 것은 저가 자기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함이니이다”라고 선언하였다.

빌라도는 깜짝 놀랐다. 그는 그리스도와 그분의 사명에 대하여 올바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나 그는 하나님과, 인간보다도 높은 존재에 대하여 희미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마음에 스쳐 지나갔던 한 생각이 더욱 분명하게 떠올랐다. 조롱의 표시인 자줏빛 옷을 입고 가시관을 쓰고 그의 앞에 서 있는 이분이 거룩하신 하나님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그에게 일어났다.

그는 다시 재판정에 들어가서 “너는 어디로서냐”고 예수께 물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구주께서는 진리의 증거자로 자신의 사명을 설명하시면서 이미 빌라도에게 거침없이 말씀하셨었다. 빌라도는 빛을 거절하고 폭도들의 요구에 응하여 원칙과 권위를 굽힘으로 재판관이란 높은 직분을 남용했다. 이제 더 이상 예수께서 그를 위하여 비추실 빛이 없었다.

그분의 잠잠하심에 성이 난 빌라도는 “내게 말하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를 놓을 권세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세도 있는 줄 알지 못하느냐”고 거만하게 말했다.

예수께서는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면 나를 해할 권세가 없었으리니 그러므로 나를 넘겨 준 자의 죄는 더 크니라”고 대답하셨다.

이와 같이 동정심이 많으신 구주께서는 극도의 고통과 슬픔 중에서도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내어준 로마 총독의 행동을 가능한 한 변호하셨다. 그것은 후세에까지 계속하여 전해질 얼마나 놀라운 장면이었던가! 온 땅의 재판관이신 그분의 품성에 그것은 얼마나 놀라운 빛을 비추어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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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그대에게) 넘겨준 자의 죄는 더 크니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스도의 이 말씀은 대제사장으로서 유대 민족을 대표한 가야바를 의미하였다. 그들은 로마 관원들을 지배하는 정책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입증해 줄 예언과 그리스도께서 친히 가르치신 교훈과 이적에 대한 빛을 받고 있었다. 유대의 재판관들은 저희가 사형을 선고한 그분의 신성에 대하여 의심할 여지가 없는 증거를 받았다. 또한 저희가 받은 빛에 따라 그들은 심판을 받을 것이다.

가장 큰 죄악과 가장 무거운 책임이 민족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자들과 그들이 지금 비열하게 배척하고 있는 거룩한 진리를 위탁받은 고관들에게 지워져 있다. 빌라도와 헤롯과 로마 군병들은 비교적 예수님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욕함으로 제사장들과 관원들을 기쁘게 하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유대 민족이 그처럼 풍부하게 받았던 빛을 받지 못했다. 군병들에게 빛이 주어졌더라면 그들은 저들처럼 그리스도를 잔인하게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빌라도는 다시 구주의 석방을 제안했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소리 질러 가로되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위선자들은 가이사의 권위에 대하여 열심이 있는 체하였다. 로마의 통치를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 중에 유대인들처럼 다루기 어려운 사람들은 없었다. 그들이 민족적, 종교적 요구 사항들을 시행하는 것이 그들에게 안전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그것을 무모하리 만큼 강행했으나 그들이 어떤 잔인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때에는 가이사의 권세를 높였다. 그리스도를 멸하는 일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들은 저들이 미워하는 외국인 통치자에게 충성을 공언할 것이었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라고 그들은 계속해서 말했다. 이것은 빌라도의 약점을 찌르는 것이었다. 그는 로마 정부의 의심을 받고 있었으므로 그런 보고는 자기를 파멸시키리라는 것을 알았다. 유대인들의 계획을 좌절시킨다면 그들의 분노가 자기에게로 향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복수하기 위하여 온갖 방책을 다 동원할 것이다. 그의 앞에는 까닭 없이 그들이 미워하는 한 분의 생명을 취하기 위하여 저들의 고집을 꺾지 않는 하나의 본보기가 있었다.

그 후에 빌라도는 재판석에 앉아서 다시 예수님을 백성들에게 보이며 “보라 너희 왕이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시 “없이 하소서 저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라고 미친 듯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음성에 빌라도는 “내가 너희 왕을 십자가에 못 박으랴”고 물었다. 그러나 야비하고 참람된 입술에서는 “가이사 외에는 우리에게 왕이 없나이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이와 같이 한 이방인 통치자를 저들의 왕으로 선택함으로 유대 민족은 신정(神政)에서 물러났다. 그들은 하나님이 저들의 왕이 되는 것을 거절하였다. 그 때부터 그들에게는 구원자가 없었다. 가이사만이 저희의 왕이었다. 제사장들과 교사들이 백성들을 이렇게 인도하였다. 이것과 그에 뒤따른 무서운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저들에게 있다. 한 민족의 죄와 멸망은 그 민족의 종교적 지도자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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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도가 아무 효험도 없이 도리어 민란이 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가져다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가로되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고 하였다. 공포와 양심의 가책 속에서 빌라도는 예수님을 바라보았다. 혼란에 빠진 무수한 얼굴들 가운데 그분의 얼굴만이 평화스러웠다. 그분의 머리 주위에는 은은한 빛이 비추는 것처럼 보였다. 빌라도는 마음속으로 그분은 하나님이라고 말했다. 군중들을 향하여 “나는 그의 피에 무죄하다”고 선언했다. 너희가 그분을 데려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라. 그러나 제사장들과 관원들이여, 내가 그분을 의인이라고 선언한 것에 주의하라. 그리스도가 자기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분이 이 날의 일에 대하여 나를 재판하지 않고 너희를 재판할 것이다. 그 다음 그는 예수께 “이 행동에 대하여 나를 용서하라 나는 그대를 구원할 수 없노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다시 예수님을 채찍질한 다음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주었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구원하기를 열망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지위와 명예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일을 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는 자기의 세속적 권력을 잃어버리기보다는 차라리 무죄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편을 택하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원칙을 희생하면서 손실과 어려움을 피하고 있는가! 양심과 의무는 이 길을 가리키지만 사리사욕은 다른 길을 가리킨다. 세상의 조류는 강력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치우치고 있다. 그러므로 악과 타협하는 자는 죄악의 짙은 어둠 속으로 휩쓸려 들어갈 것이다.

빌라도는 폭도들의 요구에 굴복하였다. 그의 지위를 잃어버릴 위험에 처하기보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주었다. 그가 몹시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 그가 무서워하던 바로 그 일들이 그에게 닥쳐왔다. 그의 명예는 박탈당하고 그는 높은 관직에서 쫓겨났으며 양심의 가책과 상처 입은 자존심으로 인하여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후 얼마 안 되어 그의 생애를 끝마쳤다. 죄와 타협하는 자들은 이와 같이 모두 다 슬픔을 당하고 멸망을 받게 될 것이다. “어떤 길은 사람의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니라”(잠 14:12).

빌라도가 그리스도의 피에 대하여 자신의 무죄를 선언했을 때에 가야바는 도전적으로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대답하였다.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이처럼 무서운 말을 받아서 말했으며 그 말은 비인간적인 소란스런 부르짖음으로 군중에 의해 되풀이되었다. 온 무리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의 선택을 결정했다. 그들은 예수님을 가리켜 “이 사람이 아니라 바라바라”고 말하였다. 강도요 살인자인 바라바는 사단의 대표자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대표자였다. 그런데 그리스도는 거절당하시고 바라바는 선택되었다. 그들은 바라바를 갖고자 했다. 이와 같은 선택을 통하여 그들은 태초부터 거짓말쟁이요 살인자인 사단을 받아들였다. 사단은 그들의 인도자였다. 민족적으로 그들은 그의 명령을 실행하고 싶어 했다. 그들은 사단의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의 지배도 받아야만 한다. 그리스도 대신에 바라바를 선택한 백성들은 시간이 계속하는 한 바라바의 잔인성을 느껴야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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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을 당한 하나님의 어린양을 보고 유대인들은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부르짖었다. 그 무서운 부르짖음이 하나님의 보좌에 상달되었다. 저희가 친히 저희 자신에게 선언한 선고가 하늘에 기록되었다. 그들의 기원은 응답되었다. 하나님의 아들의 피는 저희 자자손손에게 영원한 저주였다.

그것은 예루살렘의 멸망 때에 무섭게 실현되었다. 그것은 또 천팔백 년 동안 유대 민족이 겪은 상태 가운데서 무섭게 나타났다. 포도나무에서 떨어진 가지는 시들고 열매를 맺지 못함으로 모아서 불에 태워 버리는 것이다. 수 세기를 통하여 온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들은 허물과 죄로 죽고 또 죽어 갔다.

그 기도는 큰 심판 날에 무섭게 성취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다시 오실 때에는 사람들이 그분을 폭도들에 둘러싸인 죄수가 아닌, 하늘의 왕으로 보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영광과 아버지의 영광과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으로 오실 것이다. 천천만만의 천사들과 탁월한 아름다움과 영광을 지닌 하나님의 아들들이 승리의 개가를 부르며 그분을 호위할 것이다. 그 때 그분은 영광의 보좌에 앉으실 것이며 천하만국이 그분 앞에 모이게 될 것이다. 모든 눈이 그분을 볼 것이며 그분을 찌른 자들도 볼 것이다. 가시관 대신에 그분은 면류관 속에 면류관이든 영광의 면류관을 쓰실 것이다. 낡은 자줏빛 왕의 예복 대신에 그분은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막 9:3) 가장 흰 세마포 옷을 입으실 것이다. 그리고 그 옷과 그 다리에는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라”(계 19:16)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그분을 조롱하고 그분을 때린 자들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제사장들과 관원들은 재판정의 광경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모든 상황이 불로 기록된 글자처럼 그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 때에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기도한 자들은 기도의 응답을 받게 될 것이다. 그 때에 전 세계 사람들은 그 모든 것들을 알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보잘것없고 연약하고 유한한 존재들인 저희가 누구와 더불어, 무엇 때문에 싸워 왔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무서운 고통과 공포 속에서 그들은 산과 바위에게 “우리 위에 떨어져 보좌에 앉으신 이의 낯에서와 어린양의 진노에서 우리를 가리우라 그의 진노의 큰 날이 이르렀으니 누가 능히 서리요”(계 6:16, 17)라고 부르짖게 될 것이다.

시대의 소망 pp. 73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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